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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보건의료단체, '녹지병원 허가취소 상고 기각'에 대법원 규탄

"코로나19 상황에서 영리병원 설립에 힘 실어줘"

  • 기사입력 2022.01.18 13:17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17일 제주도청 앞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주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시민사회와 보건의료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설립을 추진했다. 

녹지제주는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1만 7679㎡ 규모의 녹지병원을 건립한 뒤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5일 녹지제주에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조건부 허가했다.

그러나 녹지제주는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2019년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지제주 측이 반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제주도가 승소했다. 하지만 2심(항소심) 재판부는 "녹지제주가 예상치 못한 조건부 허가와 허가 지연으로 개원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녹지제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가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 판결까지 이르렀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13일 제주도의 상고(上告·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소하는 것)를 기각했고 2심 결과대로 녹지병원의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가 확정됐다. 

이에 대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내 첫 영리병원의 존속 여부가 달린 중요 사안임에도 대법원은 심리조차 하지 않고 녹지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영리병원 설립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 전 국민이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이번 일의 가장 큰 정치적, 실질적 책임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 있다"며 "오늘의 사태는 2018년 7월부터 10월까지 무려 3개월간의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이 내린 '영리병원 불허' 권고를 원희룡이 무시하고 허가한 것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제주도민들은 당시 '의료 공공성 약화 우려'를 밝히며 명확하게 영리병원 불허의견을 냈고 대다수 국민의 여론도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런데도 원희룡은 자신이 수용하겠다고 3차례나 약속한 공론조사 권고안을 내팽개치고 제주도민을 배신하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원희룡의 '조건부 허가'는 그의 주장과 달리 전혀 불가피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되지 못했다"며 "본인의 독단으로 이땅의 민주주의와 공공의료를 완전히 짓밟았을 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영리병원을 내국인이 이용해도 건강보험제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부적절한 의견을 냈고, 2018년에는 '조건부 허용'을 해도 의료법상 문제 없다는 유권해석을 원희룡 도정에 내주면서 영리병원 허가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현 정부는 영리병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팽개쳐버렸다"고 밝혔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아예 국토부 산하 공기업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 자격으로 공론조사에서 녹지측을 대리, 찬성측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활동을 했다"며 "이번 대법원의 결정도 영리병원 반대라는 정권의 단호한 의지가 있었다면 쉽사리 내려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방조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공공의료를 무시하고 의료영리화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제주도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조항 폐기를 촉구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녹지병원 설립 시도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병원이 환자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투기자본의 놀이터이며,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우회 추진이라는 부정과 비리를 밝혔다"면서 "이 모든 것은 제주도 조례 위반이었다. 의료기관을 설립하려면 유사사업 경험이 있어야 함에도 녹지그룹은 의료업 비슷한 것은커녕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땅 투기 기업일 뿐이었고, 내국인과 국내의료기관이 진출해 있는 중국과 일본의 네트워크형 영리병원이 실제로 병원운영을 맡는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이러한 부패는 영리병원이라는 돈벌이 의료의 본질을 보여줬다"며 "게다가 이제 사실상 남은 것은 제주도가 녹지그룹에 손해배상과 어쩌면 ISD(Investor-State Dispute·해외투자자가 상대국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 등으로 물어야 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고, 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 제주도민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는 "돈벌이 영리병원 자체가 재앙이며 한 번 잘못 추진되면 후과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따라서 애초 잘못 끼워진 단추인 제주도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조항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은 조건부 허가 소송에서는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차기 정부는 영리병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현행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삭제하는 법제도적 절차에 임해야 한다. 대선 후보자들은 이에 대한 약속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상고를 기각한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대법원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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