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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 면역항암제의 비급여화

'신포괄수가제의 변경으로 암환자들의 진료비 부담 커져'

  • 기사입력 2022.02.08 20:56
  • 기자명 UAEM Korea

아시다시피 지난 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의료기관에 공지했다. 일부 희귀질환 및 중증질환 의약품이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돼 신포괄수가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는 제외된 의약품 상당수가 비급여가 된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는 현행 신포괄수가제에서 암 환자들은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비급여 의약품이었던 항암제들이 급여화 되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역시 원래의 5~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됐다. 그러나 신포괄수가제의 세부내용이 변경되며 비급여화 되면서, 암환자들이 전액을 부담하게 돼 진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비급여화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 본론에서는 신포괄수가제, 행위별 수가제 등 의료수가제 개념과 급여 및 비급여 개념을 함께 알아보겠다.

‘의약품 급여화’란 비용 부담이 큰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환자와 국가가 진료비를 함께 분담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생존기간도 길어 이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급여화 확대 요구 목소리가 매우 크다. 면역항암제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약값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한 달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비용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된다. 하지만, 높은 약값으로 재정분담 방안을 놓고 정부와 제약사 간의 협의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의 급여화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약의 가치를 약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유효성, 비용효과성, 의학적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의약품 급여기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재정 영향이 모든 고려될 만한 가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정 약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결국 재정적 위험으로 이어진다. 암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급여화를 확대하는 방안과 항암제의 재정적, 사회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급여화를 추진하는 방안 모두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최근 면역항암제 비급여화가 논란인 만큼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합한 ‘신포괄수가제’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 검사, 처치, 입원시 각각의 비용을 합하여 최종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다. 질병에 따라 최적의 다양한 진료가 가능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진료 횟수와 수익이 비례하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위험성이 단점으로 제기된다. 

  

이를 보완하는 제도가 포괄수가제이다. 포괄수가제란 입원한 질병에 따라 미리 책정된 진료비만 지급하는 제도로 2002년부터 확대 적용되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입원하게 된 기관의 종류, 입원 일수만 고려해 정해진 진료비만 부담한다. 진료 횟수와 수입이 무관하기에 의료인의 과다한 진료행위가 지양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최소화로 의료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신규 의학기술 적용의 어려움으로 기술 쇠퇴, 의료진 자율성 축소의 단점이 있다.

의료계에서 포괄수가제로의 전면 전환을 반대해 2009년부터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되었다. 입원료와 처치료는 포괄수가제를, 의사의 수술과 시술은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처음 시행된 신포괄수가제 방식은 암환자를 포함한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의약품을 급여처리 받으며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에만 1500명 이상의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등, 수요 증가로 건강보험재정이 부족해지면서 제도 개편이 진행되었다.

개편된 신포괄수가제에서는 일부 희귀의약품, 면역항암제 등이 비급여 항목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사회구성원 상황에 따라 찬반이 분명히 나뉜다.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환자들의 경우 제도 개편을 반대한다. 반면 병원의 경영진은 국가로부터 최대 35%의 지원을 받아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으므로 개편을 찬성한다. 

2021년까지는 30만원이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경우, 올해부터는 다시 600만원씩 내야하는 상황이다. 희귀 의약품 또한, 지난 10년 간 시장에 나온 신약 중 44%는 여전히 비급여 항목이라 처방받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고가 약제들이 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은 과중한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포괄수가제 개정 반대 국민청원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특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지불 제도 차이에 따른 병원·환자 간 형평성 문제를 바로잡고자 개정한 것이다’라고 답변했지만, 명료한 급여 혜택 기준을 제시하기 전에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여러 암환자단체는 이러한 상황에 유감을 표하며 개정 반대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빨리 중증·희귀질환 비급여화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길어지는 논의로 더 많은 사람이 고통받기 전에, 탁상행정을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많은 항암제의 비급여화를 석 달 만에 급진적으로 바꾸어 환자들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부는 기존의 신포괄수가제에서 전액 비포괄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2022년에도 전과 동일한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여,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에서는 탈모 치료약의 급여화, 당뇨 연속 혈당 측정기의 급여화 등 포퓰리즘 공약들이 거론되고 있다. 탈모 치료약은 값싼 복제약의 출현으로 한 달에 5만 원 미만, 당뇨 연속 혈당 측정기는 공급사의 가격 인하로 한 달에 30만 원 내외이다. 그러나 항암제는 한 달에 지출되는 최소 비용이 500만 원을 초과한다. 암 환자들이 수십 배 이상 큰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비급여화 논의에 관련된 의료보장제도를 개선함에 있어, 국민적 가치 판단의 필요성과 진정한 공정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글쓴이: 윤수연(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이광혁(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이다현(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이수민(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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