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조제약 배송을 둘러싼 동상이몽

  • 기사입력 2022.02.13 01:01
  • 기자명 UAEM Korea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의 삶에서 ‘비대면’은 일상화됐다. 이는 코로나19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보건의료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원격 의료에 보수적이던 국내 분위기를 깨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제약 배송 서비스’가 등장했다. ‘조제약 배송 서비스’는 환자들의 편의성과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주었지만, 약물 오남용 및 안전성 문제가 있어 해당 서비스를 둘러싼 각 단체의 첨예한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전화상담 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배달약국’이라는 이름으로 한 스타트업 업체가 조제약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전화상담 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따르면, 약사와 환자 사이의 협의가 있었다면 비대면 전화 상담 이후의 조제약 배달이 가능하며, 환자는 택배를 통해 약을 수령하는 것이 허용된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한 처방전을 팩스나 이메일 등의 방식으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전송하면, 약사가 유선 및 서면을 통해 복약지도를 한 후, 환자와의 협의를 거쳐 의약품 수령방식을 결정하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상 부족 등의 문제로 재택치료가 확대되면서 약 배송 물량이 늘어나자, 시청과 구청, 보건소 및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업체가 이미지화 된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한시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허용했던 전화처방 상담 지침을 ‘의료기관이 아닌’ 업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약국에 처방전 이미지를 전송하였기 때문이다. ‘배달약국’이라는 명칭 또한 논란이 되었는데, 허가 받은 정식적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약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해당 업체의 행위를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하였고,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러나 ‘배달약국’이 서비스명을 ‘닥터나우’로 변경하고, 앱의 기존 사업 방식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일부 보완과 수정을 해 사업을 재개하면서 업체와 약사회간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닥터나우 측은 보건복지부의 지침대로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조제약 수령방식을 결정하고,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전자서명이 포함된 전자처방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복지부로부터 제시된 지침만 잘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전혀 다른 입장을 고수 중이다. 대한약사회에서는 ‘닥터나우’의 영업 활동이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에서 재확인했다며, 약국이 의약품을 택배 혹은 퀵 서비스로 배송할 경우 약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약사법 제 50조에는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어 해당 서비스가 ‘불법’일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약국의 사전 동의 없이 임의로 ‘닥터나우’에 가맹한 것으로 표시되어 해당 약국에서 항의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지하철역과 SNS 등에서 ‘닥터나우’ 앱 광고가 시작되면서 또 한번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닥터나우’는 원격처방 조제 약국 리스트를 공개하고, 리스트에 포함된 약국이 조제를 거부할 시 신고해달라고 공지하며 약사회의 반발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이후 약사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재택치료 환자의 약 배송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회의가 종료됐다.

‘조제약 배송 서비스’의 쟁점은 의약품 안정성, 비용, 시장독점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은 ‘의약품의 안정성’ 문제다. 의약품은 온도와 습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취급에 있어 전문성이 필요하고,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제약 배송 서비스가 보편화될 경우 마약류 약물의 오남용이 증가할 수 있고, 가짜약 배송, 의약품 변질 가능성 등 의약품 자체의 품질 및 오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비용의 문제도 존재한다.

  현재 닥터나우 서비스의 경우 배송 시의 온도, 습도 등 의약품 안전 보관을 위한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특성상 환자가 원하는 약국에서 약처방을 받기에 일부 약국에 환자가 집중될 수 있다. 약국들이 환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무리한 혜택을 제시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고, 소수 약국이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조제약 배송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더 편리한 방식으로 약을 수령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약사법 위반’과 ‘의약품의 품질 보장 및 오남용 우려’라는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을 감안하여 한시적으로 조제약 배송을 허용한 이 시기에 ‘닥터나우’의 이용률이 높아질 경우, 이후에도 유사 업체가 늘어나며 비슷한 서비스가 성행하게 되어 해당 문제들이 더욱 큰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닥터나우, 대한약사회 등 각 단체는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며,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조제약 배송 서비스가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글쓴이: 강주은(을지대학교 간호학과), 고미서(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최예슬(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