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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가로등

  • 기사입력 2022.02.19 12:27
  • 기자명 이오장

자전거와 가로등

                                                       최명숙

 

네게 좀 기대도 될까

쉼 없이 달려야 했던

바퀴를 멈추고

하루하루

무게중심을 잡느라 힘주던

몸의 힘도 빼고

방향을 잡느라 애쓰던

손잡이도 놓아두고

네게 기대어 좀 쉬어도 될까

늘 되풀이해서 돌아야 했던

페달도 세우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내리막길에서

온 힘을 쓰다 탈이 난

브레이크도 잊고

네게 기대어 잠시 나를 돌봐도 될까

빛으로 길을 밝히는

네게 기대어

새로운 꿈을 꾸어도 될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은 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쓰다가 없어지기고 도태되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계속 새로운 물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물품들은 언제든지 쓸 수 있게 손닿을 곳에 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며 물품의 값어치를 높이기도 한다. 이런 것 중에 바퀴가 달린 게 많은데 굴러가는 것의 특징은 멈추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굴러가는 힘을 원심력에 의한 중심 잡기로 얻는 바퀴는 4개 또는 3개짜리는 넘어지지 않지만 힘과 속도에 있어 2개의 바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다. 처음 발명되었을 때 유럽에서는 경이적인 발명품으로 인정받아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편리함과 속도의 혁명을 일으켰다. 달리면 반듯이 서고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는 일상의 과학이 집합된 대표적인 물품이다. 최명숙 시인은 자전거의 원리에 그치지 않고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자전거의 원심력에서 사랑의 원리를 발견하였다. 사랑은 두 바퀴로 굴러가는 바퀴다. 어느 한쪽이 빠진다거나 멈추면 곧바로 식어버리고 그때까지 달려온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두 사람이 합하여 굳은 약속으로 서로의 뜨거움을 나누다가도 신호 없이 일방적으로 멈춘다면 사랑의 끝이다. 그러나 끝까지 함께

▲ 이오장 시인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무게 중심을 잡아 주던 힘을 빼고 방향을 잡느라 애쓰던 손잡이도 놓아두고 한 번쯤은 쉬어가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타인을 위하여 불 밝힌 가로등 빛이 보인다. 합심하여 가다가 멈출 때도 합심하여 멈추는 지혜가 필요한 게 사랑이다. 무작정 달리기만 해서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최명숙 시인은 지혜의 시인으로 일상에서 마주한 자전거의 원리에서 사랑법을 발견하고 쉬는 것을 알아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새로운 꿈에서 앞을 밝혀주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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