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가로등
최명숙
네게 좀 기대도 될까
쉼 없이 달려야 했던
바퀴를 멈추고
하루하루
무게중심을 잡느라 힘주던
몸의 힘도 빼고
방향을 잡느라 애쓰던
손잡이도 놓아두고
네게 기대어 좀 쉬어도 될까
늘 되풀이해서 돌아야 했던
페달도 세우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내리막길에서
온 힘을 쓰다 탈이 난
브레이크도 잊고
네게 기대어 잠시 나를 돌봐도 될까
빛으로 길을 밝히는
네게 기대어
새로운 꿈을 꾸어도 될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은 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쓰다가 없어지기고 도태되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계속 새로운 물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물품들은 언제든지 쓸 수 있게 손닿을 곳에 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며 물품의 값어치를 높이기도 한다. 이런 것 중에 바퀴가 달린 게 많은데 굴러가는 것의 특징은 멈추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굴러가는 힘을 원심력에 의한 중심 잡기로 얻는 바퀴는 4개 또는 3개짜리는 넘어지지 않지만 힘과 속도에 있어 2개의 바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다. 처음 발명되었을 때 유럽에서는 경이적인 발명품으로 인정받아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편리함과 속도의 혁명을 일으켰다. 달리면 반듯이 서고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는 일상의 과학이 집합된 대표적인 물품이다. 최명숙 시인은 자전거의 원리에 그치지 않고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자전거의 원심력에서 사랑의 원리를 발견하였다. 사랑은 두 바퀴로 굴러가는 바퀴다. 어느 한쪽이 빠진다거나 멈추면 곧바로 식어버리고 그때까지 달려온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두 사람이 합하여 굳은 약속으로 서로의 뜨거움을 나누다가도 신호 없이 일방적으로 멈춘다면 사랑의 끝이다. 그러나 끝까지 함께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무게 중심을 잡아 주던 힘을 빼고 방향을 잡느라 애쓰던 손잡이도 놓아두고 한 번쯤은 쉬어가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타인을 위하여 불 밝힌 가로등 빛이 보인다. 합심하여 가다가 멈출 때도 합심하여 멈추는 지혜가 필요한 게 사랑이다. 무작정 달리기만 해서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최명숙 시인은 지혜의 시인으로 일상에서 마주한 자전거의 원리에서 사랑법을 발견하고 쉬는 것을 알아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새로운 꿈에서 앞을 밝혀주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