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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의약품 안전교육

"건강권 수호로 향하는 첫걸음"

  • 기사입력 2022.03.02 23:08
  • 기자명 UAEM Korea
▲ 출처 : 교육부 공식 블로그  

최근 교육부가 청소년 백신접종 교육의 일환으로서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라는 취지의 웹툰을 제작했다.  이는 정보 확장성이 높은 매체인 웹툰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데만 급급해 특히 청소년 집단에서 제대로 된 교육의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약품 관련 정보의 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분별 있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의약품에 관련된 잘못된 지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그저 홍보만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현재 의약품의 소비 상황은 어떠할까? 많은 고카페인 음료들은 학업과 업무를 위한 카페인 섭취제로 소비된다. 다이어트 관련 약제 광고도 빈번하다. 안전상비약은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의약품의 접근성은 높아졌고, 심지어 중독위험이 높은 의료용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은 오프라인을 통해 청소년마저 불법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2020년 대비 2021년에 43% 증가된 10대 마약사범의 수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의약품, 안전상비의약품에 접근성이 좋아진 반면 의약품에 대한 안전 사용 교육은 부족하다. 일반인은 개별적으로 관련 교육을 찾아야만 하고, 학교에서의 보건과목 교육 내용은 불충분하다. 김승수, 강근형, 지은희의 논문 [초∙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의 의약품 교육내용 비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만든 최적의 의약품 교육 교재를 31점 만점으로 보았을 때, 최고점의 교과서조차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15점에 그친다고 한다. 즉, 의약품 교육을 100점 만점 중 최대 50점 수준으로만 진행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기술발전에 의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처방이 활성화되었으나 의료진에 의한 적확한 복약지도를 건너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 등의 매체들은 정확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의약품을 구매하고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구체적인 의약품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부터 ‘약 바르게 알기 지원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교육해오고 있다. 2017년의 ‘중·고등학생 대상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의 효과’ 연구는 의약품 안전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후, 교육 효과를 분석하였다. 

중·고등학생 모두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인지도가 향상되었으며, 의약품을 사용할 때 성분을 확인하겠다는 응답비율의 증가로 보아 사용 태도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약물 사용과 관련한 정보원에 대한 설문에서는 약사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하고 인터넷 지식과 사용자 후기에 대한 선호도는 감소하여,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이 유의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의약품 안전 교육은 예방할 수 있는 의약품 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의약품 안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차이로 인하여 의약품 지식에 대한 접근성과 안전한 사용에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이는 곧 사회적 불균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약 바르게 알기 지원사업은 영유아, 어르신, 장애인 및 임산부 등 점점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건강보험 공단은 2018년부터 다제약물관리사업을 시행하여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건강 위험을 감소시키고, 약물을 자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약물 점검·교육·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정보의 집단 간 격차가 작아지면서, 의약품 접근성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이렇게 의약품 안전교육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에도,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의 청소년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복지관에 소속되지 않은 노인과 장애인, 그 외 행정시스템에서 관찰되지 않는 국민들은 사각지대에서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다.

최근 야간약국, 주말약국 등이 증가하고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등 의약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 안전사용 필수 지식이 확산되지 않으면, 결국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떠안게 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등 국가 차원에서 부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

더불어 범국민적으로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의약품 안전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즉, 교육을 실시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의약품 안전교육을 받을 준비’ 가 되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교육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피교육자의 수준을 고려한 과정 수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유명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청소년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복용 문제를 다루며, 부작용을 알고 있음에도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오남용이 지속되는 실태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쉽게 쥐어지는 수많은 의약품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의약품 접근성 향상에 따르는 이변을 고려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교육 또한 체계적인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불충분한 의약품 안전교육이나 의약품 교육 대상의 사각지대는 국민 건강에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올바른 의약품 교육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국의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은 질적으로도, 교육 대상의 범위적 측면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해외의 의약품 안전교육 모범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안전교육 수준을 개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의약품 안전교육 대상자의 범위를 확장하고 차츰 교육의 수준을 발달시켜야 한다. 의약품 안전교육은 올바른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교육대상의 범위가 전국민으로 확장되고, 교육 수준이 향상된다면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글쓴이 : 윤수연(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이광혁(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이다현(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이수민(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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