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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시비 뇌관이 되고 있는 아수라판 확진자 투표

  • 기사입력 2022.03.06 08:44
  • 기자명 대표기자 김승동
▲ 대표기자 김승동/정치학 박사  

“확진자 투표함 이게 맞는 거냐. 대놓고 부정선거 하겠다는 거 아니냐.” 

“내부가 훤히 비치는 비닐에 투표지를 넣는 것이 어떻게 비밀투표가 되느냐” “이재명 미리 찍어놓은 이 투표용지는 도대체 뭐냐?”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들을 대상으로 5일 실시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이다.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현장에서는 신분 확인 등의 절차상 혼선으로 강풍이 부는 날씨에 유권자들이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등으로 투표장 곳곳에서 확진자는 물론 격리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확진자와 격리자의 대기 줄도 명확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 은평구 신사1동과 부산 강서구 명지1동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제대로 된 투표함이 마련되지 않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닐봉투와 쇼핑백과 플라스틱 바구니, 상자 등에 투표용지를 수거해 유권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지 않고 귀가했다.

특히 투표소 측은 확진자·격리자의 투표용지를 유권자들로부터 받아 종이상자에 담아 일괄 투표함에 넣겠다고 했으나 유권자들은 "그걸 어떻게 믿느냐. 이게 부정선거가 아니고 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한 누리꾼은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서 좀 전에 투표하러 다녀왔는데 투표함이 없고 참관인도 없고, 진행요원이 자기한테 주면 자기가 모아서 투표함에 넣는다고 주고가라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김부겸 국무총리가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김승동

코로나에 확진된 김부겸 국무총리도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함이 아닌 투표 사무원이 들고 있는 투명 비닐봉지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전국에 보도됐다. 선거관리 총 책임자인 김부겸 총리는 이런 행태를 보고도 왜 아무런 조치를 안했는지? 심히 궁금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에는,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안내 문자 메시지나 입원·격리 통지서 등을 투표 사무원에게 제시하고, 마스크를 잠시 내린 뒤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인증해야 한다. 이어 선거인 본인 여부 확인서를 작성한 뒤 전용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확진자가 투표한 후 어떻해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그러나 상위 규범인 공직선거법 제158조(사전투표) 4항은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은 선거인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용지의 해당 칸에 기표한 다음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선관위의 확진.격리자 투표방식이 위법인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와 정부.여당은 21c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정말 대놓고 부정선거를 하겠다는 것인가? 부정선거 시비에서 백보(百步) 물러나더라도 투표 관리가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격리자 투표용지 취합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측컨대 이번 사태의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대해 여.야 모두 즉각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선관위원장 이하 선관위원들은 이 사태에 꼭 책임을 지기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예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고 있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 민심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확진자 사전투표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혼란 속에 중앙선관위는 아직 제대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입장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선관위는 어떠한 이유와 변명에 관계없이 대혼란과 부정선거 시비를 자초한 만큼, 부실관리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도 기껏 꼬리 자르기식의 한 두명이 아닌 대폭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너무 앞서기도 그렇지만 기자의 눈에는 3월 9일 선거의 최종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표차가 초박빙으로 나올 경우 5일 확진자.격리자 사전 투표 대혼란 상황이 자칫 부정선거 논란이나 불복 제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를 제기한 여당 이재명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과연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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