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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정성’ 회복이 우리 사회 공정성 복원의 ‘바로미터’돼야

  • 기사입력 2022.03.14 22:40
  • 기자명 유판덕 객원 칼럼니스트
▲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이사.사무총장(현)/한국DMZ학회 이사.사무총장(현) 

0.73%!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여.야 대선후보의 득표 차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시각과 분석의 방법에 따라 수 많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민심이 정확히 두 동강 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앞의 인용문은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며 감격에 겨워 외쳤던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다. 또 문 대통령은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천명했다. 연설의 핵심 골간을 이루는 키워드인 ‘평등, 공정, 정의, 상식’으로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될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했었다.

연설의 공명이 아직도 귀청에 여운으로 남아 있는 듯하지만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화난 촛불로 적폐’를 청산하고 ‘평등, 공정, 정의, 상식’의 새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출범한 정권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 비상식’이 함축된 ‘신적폐:내로남불 청산’이라는 ‘시대의 들불’에 타버리며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평등, 공정, 정의, 상식’ 중 이들 단어의 뜻을 모두 함축하면서 현실 생활 간 이해관계로 가장 많이 부딪힘을 느끼는 단어가 ‘공정’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었다. 문 대통령 자신과 다수의 지지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집권 기간 내내 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공정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정권교체’로 나타났다.

우리의 현실사회에서는 공정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며 항상 어떤 분야에서든지 ‘불공정’의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다. 개인의 주권인 투표권으로 대리자를 선출해 그에게 나의 주권을 맡겨서 행사하는 제도다. 따라서 올바른 주권행사를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 정보의 대부분을 언론을 통해서 얻는다. 이러한 연고로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언론의 ‘불공정’ 시비가 이어졌다.

이렇듯 언론은 그 어떤 분야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생존을 좌우하는 영향력(권력)을 지니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그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 언론의 사명과 영향력의 발로는 감시와 비판, 올바른 정보제공 기능에 있다. 권력(선출직과 임명직, NGO 권력까지 망라)과 재벌을 감시·비판하며, 특히 상대적 강자인 집권 세력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심지어는 잘못된 국민의 삶의 경향성(물질 만능, 생명 경시 풍조 등)까지도 꾸짖고 비판해야 하며 올바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언론 자체(언론단체와 언론인 개인)가 가장 엄정한 공정의 기준과 도덕성을 가져야 함을 전제로 한다.

먼저 언론단체가 지녀야 할 공정성은 그 단체가 지향하는 정치적 성향(진보, 보수)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은 주관적인 정치적 의도에서 벗어나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공정한 취재와 보도를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앞서 주관적 취재 의도가 개입되고, 밝혀진 사실보다 의도에 따라 편집되며, 시간 및 비중의 불균형에 의한 편파 보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20대 대통령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하 국민감시단)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3월 3일까지 KBS, MBC, YTN, TBS, 연합뉴스TV 등 5개 공영방송사의 여야 대선후보와 관련한 방송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불공정의 심각성이 도를 넘은 듯하다.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여당 후보와 유력 야권 후보에 대한 불공정한 보도는 기계적(보도 시간 및 건수) 불공정뿐 아니라 후보별 유불리 한 이슈들에 대해 비중의 불균형과 편파성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공영’ 방송사인지 묻고 싶다.

다음은 언론인 개인이 지녀야 할 도덕성과 공정성 문제다. 얼마 전 모 공영방송사 앵커의 편파방송을 문제 삼아 같은 방송사 기자들이 해당 앵커의 사퇴를 주장하는 성명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앵커는 매우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공인으로서의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되었다.

성명서는 이 앵커에 대해 “생방송 도중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드는 발언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듣고 또 들었다.”고 했다. ‘내로남불 현상’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주관적인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양심이 아닌 사회통념인 상식에 입각한 도덕성과 공정성을 갖췄다면, 동료들로부터 이런 비판과 평가를 받았을까?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불공정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다. 최근 국방부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국방부 식당에 비치된 TV로 YTN 이외의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채널 임의 변경 금지>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고 들었다. 필자도 현역 시절 부대의 지휘통제실, 사무실, 지휘관실, 부대 식당 등에 상황 파악용으로 TV를 설치해 YTN 뉴스 방송을 시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첨단 정보자산을 운영 중인 군에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대중 매체를 통해 파악해야 하는가? 그것도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군에서 편파 시비가 있는 방송사의 방송을 24시간 보게 해야 하는가?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봐 넘겼던 우리 생활 속에 침습한 불공정한 환경들을 면밀히 살피고 고쳐야 할 때다.

불공정은 또 다른 불공정을 만들어 낸다. 불공정의 피해자는 위치가 바뀌면 또 새로운 불공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앞에서 언급한 5개 ‘공영’ 방송사에서 벌인 일이다. 그 ‘불공정의 화살’은 먼저 상대편을 맞춘 후 부메랑이 되어 당신 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분열과 적개심으로 병들게 하여 망치게 할 것이다. 이 시대적 과제를 ‘언론사’와 ‘언론인’이 먼저 결자해지해야 한다. ‘언론의 공정성’ 회복이 우리 사회 공정성 복원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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