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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의도 읽기

  • 기사입력 2022.03.27 20:21
  • 기자명 유판덕 객원칼럼니스트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화성 17형의 시험발사를 직접 친필로 승인했다며 공개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은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을 시험 발사하며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약속한 ‘모라토리엄’을 파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는 연일 그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분석하느라 부산하다. 필자는 3월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신형 ICBM 발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와 의도, 발사 의미가 무엇인지를 읽어본다. 

첫째,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 발사를 단행할 데 대하여 친필명령하시였다, 현장에서 직접 지도하시였다.”는 부분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남한에 대한 ‘핵무기 고도화와 핵보유국 지위획득’이라는 ‘김정은의 의지’를 강도 높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고도의 심리전이라 볼 수 있다.

둘째, “김정은 동지께서는 《화성포-17》형 무기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로, 자력갱생의 창조물로,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타격수단으로, 믿음직한 핵전쟁억제수단으로 완성시켜오시였다.”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신형 ICBM’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전쟁관인 ‘혁명적 전쟁관’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의 근본 원인을 미국이 중심된 “제국주의의 존재”이며, 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내부적 요인인 ‘주체적 역량(정치적·경제적·군사적인 힘)’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 의하면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ICBM’은 UN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내부적 힘을 상징하는 ‘자력갱생의 산물’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제재’로는 자신들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총비서동지의 발사명령이 화력구분대에 전달되였으며 전략무기시험발사임무를 맡은 붉은기중대 중대장은 힘찬 《발사!》구령을 웨쳤다.”는 부분이다. ‘붉은기중대 쟁취운동’은 ‘오중흡7연대 쟁취운동’과 함께 북한 인민군대 내에서 수령과 노동당에 충성을 다하는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키우며, 군사임무 수행에서 집단적 영웅주의와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대중 캠페인이다. 따라서 ‘붉은기 중대’에 선발된 상징적인 중대장을 내세워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군사적 결사 항전의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국가핵무력건설계획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이 장비되고 운용하게 된다.”는 부분이다. 이는 이번 ICBM 발사가 북한의 정치 일정,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 등의 정치 일정보다 자신들의 핵 개발 로드맵에 따라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도 “우리 군사력은 우리 식, 우리 요구대로 우리 시간표대로 그 발전 속도와 질과 양이 변해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조성되는 국면에 따라 전술적 변화는 시도하겠지만 자신들의 핵 로드맵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획득’까지 이 같은 행보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섯째,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 당의 자위적국방건설로선과 핵무력건설로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받들어준 위대한 조선인민이 쟁취한 값높은 승리라고 선언하시였다.”는 부분이다. 이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 통치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연계된 것으로서 김정은 집권 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치적의 결점을 만회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신형 ICBM을 인민의 업적’으로 추켜세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월 28일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반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여섯째, “김정은 동지께서는 강력한 핵전쟁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며(중량)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국가의 모든 힘을 최 우선적으로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하시였다.”는 부분이다. 이는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뿐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획득이라는 최종목표 달성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면서, 앞으로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처럼 북한의 모든 역량을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곱째,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는 부분이다. 이는 긴장 조성을 통한 대내 결속을 강화하면서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직접 겨냥하여 ‘우리(북한)는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으니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협상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여덟째, “이 강위력한 정의의 핵보검은 미제국주의와 그 추종 무리들의 군사적 허세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 대목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출범을 앞두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를 동시에 흔들어 한미 공조와 연합군사훈련 강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북한 내부적으로는 대미 항전 의지를 고조시켜 주민들의 불만 해소와 함께 체

▲ 유 판 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사무총장/한국DMZ학회 사무총장

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국제제재로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와 핵보유국 지위획득 의지’를 꺾을 수 없으므로 자신들에 대한 전향적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남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토대로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단하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반복되는 북한의 상투적 위기 조성 전략’의 볼모가 되지 말고 북한이 가장 겁내는 한미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북한의 나쁜 버릇’을 확실히 꺾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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