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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눈물

연재 28회

  • 기사입력 2022.04.09 07:27
  • 기자명 이철원 전 아라우 부대장
▲ 필리핀 군 수뇌부(국방참모총장, 육·해·공군, 해병대 사령관 등) 부대 방문 

2014년 3월 28일 마닐라에서 한국산産 경공격기 FA-50에 대한 한국-필리핀 수출 계약식이 있었다. 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 방위사업청, 필리핀 국방부장관, 주필리핀 한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수출 계약 식에서 필리핀 국방참모총장(육군대장 바우티스타)은 아라우부대의 활동에 대한 칭찬과 감사에 이어 아라우부대 방문을 희망한다는 언급을 한 후 한 달 뒤인 5월 3일에 아라우부대를 방문했다.

국방참모총장 일행 방문은 태풍피해 복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라우부대에 민사작전 유공훈장을 수여하기 위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가 외국 부 대원 전원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은 필리핀 군 역사상 처음이었다. 나는 메달수여식 전에 부대 현황보고를 했고 이어서 부대활동 동영상을 시연했다.

그런데 뜻밖에 국방참모총장은 동영상을 보면서 계속 눈물을 흘 렸으며 영상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국방참모총장은 감정을 정리한 후 “아라우부대가 필리핀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모든 활동 이 다른 나라나 단체는 할 수 없는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닌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특히 나의 부친이 한국전쟁에 육군소위로 참전하였는데, 아라우부대원이 참전용사를 위해 집을 복구해주고 의료지원을 하고 장례식을 주관하며 예우를 갖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더욱 감동적입니다. 돌아가신 내 부친이 생각 나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필리핀군의 최고 선임자로서 필리핀군을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왜 우리 주민들이 아라우부대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찬사를 보내는지 이해가 갑니다.”라는 감동적인 격려사를 했다.

보고를 받은 후에 주둔지를 둘러볼 때는 이동식 밥차인 비상급식차량과 치과버스가 이동이 잦은 반군 작전을 수행하는 필리핀군에 유용한 장비라는 얘기를 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이어서 강당으로 이동하여 전장병을 대상으로 민사작전 유공훈장을 수여한 후에 특별히 우리에게 기억에 남을 감사의 연설을 했다.

필리핀은 매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4년 10월 20일에 실시한 연합군의 레이테 상륙을 기념하는 행사를 '맥아더 상륙기념공원'에서 국가적 행사로 실시한다. 2014년 10월 20일에도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하여 70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이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군의 국방참모 총장(바우티스타 국방참모총장은 7월에 교체)을 비롯하여 육·해·공군 참 모총장, 해병대사령관, 중부사령관 등 수많은 장성이 행사장을 찾았다. 기념행사에 앞서 10월 19일 필리핀군 수뇌부가 아라우부대를 방문했는데 별이 무려 18개로 지금까지 부대를 방문한 사례 중 가장 많은 별들이 등장했던 것 같다. 

부대소개 영상을 시청하는데 영상의 끝부분에 이르러 교체된 국방참모 총장 등 현황보고에 참석한 수많은 장성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5월에 부대를 방문했던 바우티스타 대장의 경우 부대의 활동에 깊은 감동을 받은 이유가 장군의 부친께서 한국전 참전용사였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날 필리핀군 수뇌부들 모두가 눈물을 흘릴 만큼 깊은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고 단지 개인적 이유 때문에 감동을 받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대소개 영상 시연 후에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여 박수를 받았다.

“64년 전 필리핀의 젊은이는 낯선 땅,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렸다.

이제 64년 후 한국의 젊은이들이 태풍으로 폐허가 된 필리핀 땅에서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땀’ 을 흘리고 있다. 아라우부대는 필리핀의 위대한 유산이다.”

감히 생각하건대 필리핀군 수뇌부가 한국군의 활동에 감동을 받은 이유는 아라우부대원들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한다. “‘피’의 희생을 ‘ 땀’으로 보답한다”는 모토는 필리핀군이 과거에 펼친 노력에 대한 보 상이며, 참전용사에 대한 경의는 필리핀군에 대한 또 다른 존경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라우부대가 이곳 주민들에게 전하는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가 진심으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부대를 방문하여 진심으로 장병을 격려했던 필리핀 국방참모총장 바우티스타 대장과 카타팡 대장, 그리고 필리핀군 수뇌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한국으로 복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으로 처음 떠나올 때 다짐했던 그 진실된 마음으로 복구활동에 임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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