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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공화국, 왜 회피해야 하나?

  • 기사입력 2022.04.20 15:24
  • 기자명 이길원 박사
▲ BBX KOREA 이길원 회장  

모든 동식물은 자연법칙에 따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들의 경제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자연법칙은 물리적인 생존이 요구하는 수준을 넘는 부(富)의 소비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결과 정착하게 된 것이 생산수단, 즉 개인의 부의 소유권과 생산활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이다. 그런데 동식물과는 달리 사람들은 개인마다 생산활동의 자질과 능력이 뚜렷이 다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이용하는 분업을 하게 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교환의 매개물인 돈의 출현이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돈은 물품화폐로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으로 이에 기반을 둔 것이 바로 금본위 통화제도이었다. 그러나 이 금본위 통화제도는 정부 권력의 개입으로 점차 그 본질이 쇠퇴하다가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 시대에 외서 영원히 사라지고 대신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통화량이 증가하는 명목화폐(Fiat Currency) 통화제도가 정착하게 된 것이 오늘의 경제 현실이다. 교환의 매개물인 돈이 제공하는 경제의 자연법칙 유린 결과의 상징적인 사례 하나가 바로 1913년 미국의 연준 창설 초기 금의 가치로 평가한 달러의 가치가 오늘에 와서는 그 95%가 감소된 사실이다. 이것은 금의 가격으로 산출한 물가상승으로 금본위 통화제도가 유지되어왔던 1880~1914의 30여년간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낮은 인플레이션에 비해 명목화폐 시대가 보여준 돈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다.    

21세기에 이르러 경제의 자연법칙에 반하는 명목화폐 통화량의 증가가 낳은 문제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이와 남미 베네주엘라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짐바브웨이는 2008년 시점에서 과거 10년간 79,600,000,000%의 통화량 증가를 기록했다. 이것은 매 24.7 시간마다 통화량이 2배로 증가한 것에 해당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GDP의 17% 감소였다. 통화량 증가의 주원인은 정부의 지출증가로 당시 짐바브웨이 대통령 무가베는 소득 평준화를 내걸고 외국 기업의 흑인 현지인 우선적 채용을 강제하고 자산의 소유권을 박탈했다. 그 결과 시장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침해되었고 외국인의 투자는 감소했고 부의 생산이 현저히 위축되었다. 돈 가치가 폭락하자 시장에서는 본래의 통화인 짐바브웨이 달러는 사라지고 미국 달러와 남아공의 랜드가 거래에 이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음은 베네주엘라의 경우이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한 차베스 정권에 이어 마두로 정권하의 베네주엘라는 2018년 말엽, 매주 6명의 어린이가 식량난으로 인해 굶어 죽는 지경이 되었고 전체 가구의 87%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결과 820만 인구가 하루 두 끼 이하의 식사만 하게 되는 최악의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그 두 끼의 식사도 담백질이 결여된 음식으로 그로 인해 10명 중 6명의 인구가 11kg의 체중감소를 경험하는 결과를 낳았다. 마두로와 그의 부인 칠리아가 터키 방문할 때 한 사람의 국민이 버는 년간 수입에 해당하는 쇠고기 요리를 먹으며 만족의 미소를 짓던 사진이 공개되자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던 것이 당시 베네주엘라의 경제였다. 이런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무제한의 돈을 찍어내는 통화제도가 낳은 결과는 가난과 질병으로 삶에 지친 국민들의 유일한 희망을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의 부자 나라에서 정부가 부의 평등을 위하여 사기업이 운영하던 원유 채굴을 국유화한 결과 오히려 생산성은 추락했고 그 결과는 현저한 부의 생산감축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통화량 증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의 상징적인 현상이 바로 돈 가치 하락이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2017년 가치가 0.25달러인 1,000,000 볼리바를 1 볼리바로 전환한 지폐를 발행하고 가치가 $20.00인 100 볼리바 지폐를 발행했다. 이는 $25.00 가치의 상품매수를 위해 25,000,000 볼리바 상당의 지폐를 사용하는 대신 100 볼리바를 사용하도록 하는 좀 스런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물가인상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은 부의 생산이 전제되지 않는 통화량 증가의 당연한 결과로 2021년 볼리바의 돈 가치는 계속 하락, IMF는 5,500 %의 물가상승을 예고한 바 있었다.

지난해 2021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기업 및 정부의 부채는 각각 1,862조, 2,361조 그리고 2,190조로 이것은 2021 GDP(2057.4 조)와 비교하면 각각 90.5%, 114.8%, 106.7%에 해당한다. 지난 20년간의 통화량 증가(M2 기준)는 약 4.7배로 문제는 통화량 증발이 부채증가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통화량 증가가 없을 경우의 기업의 부채는 경제주체인 대출자와 차입자인 기업의 경제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대출자는 축적된 부를 이용하여 이자 수입을 통한 부의 증식이 그 목표이고 차입자인 기업은 투자에 필요한 자본이 확보되기 때문에 양측 모두 부의 증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화량의 증가로 확보한 돈(부채)은 이와는 달리 축적된 부가 아니다. 그 결과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대출자와 차입자가 기여하는 부의 창출과는 현저히 차이가 난다. 이는 부의 창출이 아닌 부의 소진을 일으키고 동시에 부의 재배분을 일으켜 증가한 통화량을 차입 혹은 지원의 혜택을 먼저 확보한 경제주체가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부를 배분받게 된다. 특히 정부의 부채증가는 통화량 창출로 직접 연결되어 그 결과 기업의 부실투자와 호황 및 불황의 경기 순환을 낳는다.(참고:Austrian economic cycle and mal-investment theory)

경제학자 페르난데스(Daniel Fernández)는 그의 칼럼에서 IMF 통계를 이용해 부채와 거시경제 성장의 관계를 다음의 통계 그래프에 의해 설명했다. 이 그래프를 보면 경제선진국(Developed economy), 신흥경제(Emerging economy), 그리고 개발도상국 경제(Developing economy)의 부채 수준과 경제성장률의 관계가 어떠한가를 바로 알 수 있다. (자료: Kumar and Woo. Created with Datawrapper)

    

이 그래프는 경제개발 수준이 각각 다른 3개 그룹의 국가들의 경우에 부채가 GDP의 90%를 넘는 국가들이 부채가 GDP의 30%보다 낮은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모두 낮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즉 부채의 수준이 높은 국가는 그로 인해 경제성장이 지장을 받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권력을 쥔 정부의 우선적인 목표는 언제나 권력의 유지 및 확대이다. 아무리 합리적인 경제정책도 그 실현이 권력의 유지와 확대가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권력 앞에는 무기력한 것이 현실이다. 권력은 또한 그 속성상 단기적인 목표 달성을 중시하는 반면 경제는 그 결과가 장기적인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따라서 현시대의 경제는 권력의 유일한 제어력을 가진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씀씀이는 통상 세수와 나라의 빚으로 충당하는데 세수의 증가는 권력 유지와 추구의 입장에서는 지지세력을 이탈케 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바로 통화량 증가로 이루어지는 국가 부채증가이다.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루어지는 통화량 증가는 또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및 금융기관이 합세하여 가계와 기업의 부채증가로 이어진다. 그 결과가 이미 보여준 경제주체 별 부채 통계이다. 부채 공화국이 되어버린 21세기의 짐바브웨이와 베네주엘라는 남의 일이 아닌, 언제든 우리도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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