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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유례없는 폭염에 신음하는 인도 근로자

NGO "일용직 노동자 쉴 곳을 찾을 수 없다" 정부에 재난수준의 폭염 퇴치 노력 촉구

  • 기사입력 2022.05.09 11:48
  • 기자명 김다원 기자
▲ 인도 프라야그라지에서 폭염 속에 목을 축이는 노동자 [연합뉴스]

유례없는 때이른 폭염이 인도를 강타하고 있다.

3월 평균 기온이 33.1도로 1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 들어선 40도 중반을 넘나드는 여름철 폭염이 들이 닥쳤다. 5월 초에 잠시 비가 내리면서 주춤했지만 이번 주 후반에 다시 45C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도심은 끓어오르는 지열로 이글거리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쉴 곳을 찾지 못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 시간) "폭염은 인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폭염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실상을 전했다.

나레시 아히르바르는 한 달 넘게 인도 북부를 괴롭히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델리 외곽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와중에도 일을 멈출 수 없다. 

56세의 이 남성은 무거운 짐을 들고 반쯤 세워진 건물을 들락날락 할 때마다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아도 오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는 “이전에는 아무 문제 없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다녔지만 이제는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다. 여기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나 같이 일당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호소했다.

건설 현장 근처에서 토기를 파는 가게 주인은 오후에 가게를 닫고,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가게의 지붕 역할을 하는 방수포 시트 아래 뜨거운 태양을 피한다.

가게 주인 수닐 쿠마르는 "우리 상품은 여름 시즌을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한다. 

36세로 네 아이의 아빠인 그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5월과 6월에 몇 주 정도는 집에서 머무를 수 있겠지만, 무더위가 3월에 시작되어 일년 대부분 지속된다면 어떻게 상점 문을 내내 닫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인기 있는 음식 체인점의 한 배달원은 가장 더운 시간에 운전을 할 때 하루를 견디기 위해 찬물에 천을 적셔 터번처럼 머리에 두른다고 한다.

21세의  바룬은 “그렇게 하면 잠시 쉴 수 있지만 몇 분 안에 천이 마른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재정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 일을 시작해야 했다. 이번 시즌에 같은 배달부들이 많이 아팠지만 나는 그만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지열로 이글거리는 인도 수도 뉴델리 모습 [연합뉴스]  

인도 그레이터 노디아 지역의 거주민인 비베크 아로라는 “여름이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며 "그러나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천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과학자들은 이 수준의 더위가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태계, 농업, 물, 에너지 공급 및 경제의 핵심 부문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다.

인도의 비정부기구(NGO)와 인권 운동가들은 "극한의 겨울 동안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소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오랫동안 지속될 극심한 폭염 속에서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자들이 쉴 곳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새로운 취약성 평가를 수행하고 재난 수준의 폭염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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