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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산업은행 차기회장 내정설에 시민사회, "자격 없다" 직격

경제개혁연대, '삼성 총수일가 특혜 등으로 제재
경영능력 부족, 도덕성·준법의식 결여' 등 CEO로서 흠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 지부도 반대 성명

  • 기사입력 2022.05.13 14:52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산업은행[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위원회와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 주인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차기 산업은행장에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내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경영능력 부족, 도덕성·준법의식 결여 등 금융회사 CEO로서 흠결을 지적하며 황 전 회장의 내정에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3일 "과거 삼성 금융계열사, 우리은행, KB금융 등에서 CEO 또는 임원으로 재직하며 수차례 법령을 위반하고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을 산업개발과 기업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국책금융기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황 전 회장은 1997년 1월부터 1998년 7월까지 삼성생명의 전무(기획조정실장)로 재직하면서 삼성자동차 등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의 주식스왑 과정에서는 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해 스왑주식의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삼성생명에 손실을 끼쳤다. 결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해당 사실을 적발, 1999년 12월 황 전 회장(당시 삼성투자신탁운용 재직)에게 중징계 상당의 문책경고를 내렸고 삼성생명에는 기관경고 조치했다. 

그러나 황 전 회장은 2001년 삼성투자신탁에서 삼성증권 대표이사로 오히려 승진했다. 삼성증권은 삼성특검 당시 삼성의 1199개 차명계좌 운용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다. 이에 황 전 회장은 삼성 금융그룹의 임원과 CEO를 거치면서 해당 금융·보험회사의 이익보다 삼성 총수일가에 충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황 전 회장의 은행권 CEO 경력을 더욱 문제 삼았다. 황 전 회장은 2004년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끝으로 삼성그룹에서 퇴직한 후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황영기는 삼성생명 문책경고 조치와 관련, 사실상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크고 차입기업의 CEO 출신이 주채권은행의 행장이 될 경우 특정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 등이 있어 은행법령상 행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하지만 황영기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폭로 당사자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예금계좌(차명계좌)를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우리은행이 개설함으로써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위반 사실 등이 적발됐다. 이에 금감원은 2008년 2월 황 전 회장에게 주의적경고를, 우리은행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 2009년 9월(당시 KB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집행정지 3개월의 조치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신용공여규정 위반으로 과징금 등 처분과 기관경고를,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 감독 소홀로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황 전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을 그만둔 지 1년 반 만에 KB금융지주 CEO로 선임됐기 때문. 즉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영업기밀 누설 등 이해상충 문제 우려가 컸다. 황 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재조치(정직 3개월)로 1년여 만에 KB금융지주회장직에서 사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황영기는 대부분의 재직 금융·보험회사에서 물의를 일으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논란을 빚은 특이 이력의 소유자"라며 "산업은행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산업경쟁력 제고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국책금융기관이다. 과거 재벌 총수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무리한 외형확장 정책으로 금융회사의 부실을 초래한 황영기에게 산업은행을 맡긴다면 산업구조조정은커녕 산업은행 자체의 건전성마저 위협받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영기의 산업은행 회장 임명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 지부(이하 산업은행 지부)도 황 전 회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산업은행 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 시절 은행에 걸맞지 않은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수조원의 손실을 안긴 인물"이라며 "권력을 등에 업은 대출 청탁 의혹 등으로 수차례 검찰청을 드나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인으로서의 양심을 속이고 임명자의 입맛에 맞추는 정치적 행보를 할 권력의 시녀를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절대 취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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