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잊혀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회한(悔恨)

"한 때, 그들은 모두 산업평화의 주춧돌이었다"

  • 기사입력 2022.05.19 14:03
  • 기자명 김영천
▲ 김영천 지텍(주) 사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교수/ 전)중국호남대학교 석좌교수

지난 30년여 전에 필자가 입사한 글로벌 유수의 LG그룹. 유례없는 승승장구를 거듭하여 멧돌의 손잡이 ‘어이’ 같은 큰 역할을 하던 때다. 당시는 TV와 전자제품의 매출 성장세가 하루가 다르게 대나무와 죽순처럼 급성장하던 호황(好況)의 시절. ‘일의 즐거움이 곧 삶의 즐거움’이요, 임직원의 <인화단결>이 그룹과 조직의 가장 큰 기업 정신의 주춧돌 같은 덕목이요 당시의 전사적 목표였다. 

조직과 복지, 영업과 해외관리 등 전사적인 인화단결의 조직문화관리 등이 가장 큰 미션이던 때다. 그 당시만 해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소소한 근로조건은 결코, 탓하지 않았고 그룹의 명예와 소속원이라는 자긍심만으로도 밤낮을 고군분투(孤軍奮鬪)하던 때다. ‘앞에선 당기고 뒤에선 밀며’, 종종 소주잔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고락(苦樂)을 함께하는게 선후배들의 끈끈한 기업문화와 전통이었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의 방역지침이 점차 크게 변화되면서, 누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닌데, 단톡방을 통해 순식간에 자연스레 당시 그룹본부에서 근무하던 많은 옛 선후배가 최근 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한때는 모두가 한국전자산업의 근대화와 산업평화 주춧돌의 큰 역할을 한 주역(主役)들이었지 않은가?  

오롯이 애사심으로만 똘똘 뭉쳤고, 자신과 가족보다도 직장이 늘 최우선이었던 시절이다. 그 당시도 역시 고물가와 저성장, 3차 대전의 엄포(?)는 계속되었다. 지금은 어떤가? 글로벌 유수의 대기업들이 해외로 분사하거나 국내의 여러 전봇대 규제를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그 당시 주역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혹은 정치나 학계로, 또는 계열사나 관계사의 임원으로, 국내외에서 창업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다. 

벌써, 모두가 백발(白髮)의 노년(老年)이라, 그 당시, 같은 부서의 신입사원이던 막내가 벌써 50대 중·후반이다. 지난 80~90년대 한국전자산업의 주역이던 그룹의 베이비붐 세대 선후배들이 점점 잊혀가고 있는 때. 그나마 살아있는 노병(老兵)은 이제라도 제2의 삶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노무관리에는 결코 왕도(王道)와 지름길이 없다’와 ‘빨간 신호에는 정지한다.’ 등 인화단결만이 조직문화의 나침반이요, ‘바른 신호등’을 유독 강조하시던 선배님도 노환으로 얼마 전 이 세상을 떠났다. 노병(老兵)들은 곳곳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수상한 코로나 시절 탓으로만 만남의 아쉬움을 하소연할 뿐이다. 30년여 전의 옛 직장 상사와 부하, 선배와 동료, 후배가 모처럼 만나니 옛 직장의 사람 향기를 크게 느끼게 됐다. 잘 익은 김장김치 같은 추억을 밤새 안주 삼아, 건강과 안부의 막걸리와 소주잔을 주고 받았던 훈훈한 정담(情談)의 시간들. 그 후 종종 만남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 오는 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코로나19의 조속한 해제(解除)로 옛 직장 동료와의 값진 만남의 시간이 종종 있기를 기다려본다. 왜냐하면, 한국전자산업의 대백과사전과 큰 도서관 같은 노병(老兵)들이 아직도 곳곳에서 건재(健在)하기에, 글로벌 리더인 LG그룹의 모토 “Life is Good”이 한층 더 꽃을 피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