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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리포트]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인권 침해 '다수'···인권위, 개선 권고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10개소 방문조사 실시
보호자 주도의 입소 결정 사례 다수 적발
과밀 수용, 인권지킴이단도 소홀 운영 등 지적

  • 기사입력 2022.05.20 13:55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한국NGO신문 DB]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인의 인권 침해 사례가 다수 적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이하 인권위)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4일 보건복지부장관과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인(이하 생활인)의 인권적 거주환경과 건강권 보장 등을 위해 법령와 제도 개선, 인권상황 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263만 3000에서 지적장애인은 21만 7000명으로 전체 장애인 인구의 8.2%를 차지한다. 반면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 장애인의 80.1%가 지적장애인을 포함, 발달장애인이다. 문제는 장애인 학대 사례 전체 건수(150건)의 65.3%가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시설 종사자의 학대 비율도 약 20%에 이른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인, 즉 지적장애인 대상 인권 침해가 심각한 현실이다. 실제 인권위에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관련 진정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대상 내·외부 통제가 반복, 생활인의 기본 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일부 시설의 경우 동일집단 격리로 건강권마저 위협받았다는 긴급구제 신청이 접수됐다. 

이에 인권위는 2021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10개소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생활인 110명과 종사자 70명에 대해 면접조사가 실시됐고 종사자 135명에 대해 설문조사, 서류검토 등이 별도로 진행됐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가족 등 보호자 주도의 입소 결정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일부 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점과 인권지킴이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점, 장기투약 등 건강권 보호와 경제 활동의 자유 보장이 미흡한 문제점, 자립생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외출제한을 받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실례로 생활인 면접 응답자 77명에서 25명(32.5%)만이 시설 이용계약서를 직접 작성했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생활인 시설 입소 여부는 가족 등 보호자 주도로 결정됐다. 

조사 대상 10개 시설에서 4개소가 4인실 이상의 침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2개소는 1실당 개인별 침상 없이 7명까지 배치하고 있었다. '장애인 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에 따르면 1인당 5㎡의 면적을 보장하고 1실당 4인 이하를 배치해야 한다.

생활인 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56명의 22명(39.3%)은 복용 약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생활인 186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정신질환(82명·44.1%), 뇌전증(16명·8.6%), 고혈압(20명·10.7%), 갑상샘저하증(12명·6.5%), 당뇨(4명·2.2%), 고지혈증(12명·6.5%) 등을 이유로 약물을 복용하고있었다. 그러나 일부 시설의 경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기저질환 보유 생활인에게 별도의 식단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조사 대상 시설은 모두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4 제4항과 제5항, 동일 법 시행규칙 제44조의4에 따라 인권지킴이단을 구성·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활인 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74명의 28명(37.8%)만이 인권지킴이단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 1개 시설의 경우 동일 재단 내 시설 직원 2명이 인권지킴이단 단원으로 위촉되거나 인근 사회복지시설장이 단원으로 위촉, 인권지킴이단의 독립 구성과 운영에 한계가 확인됐다. 

2021년 11월 1일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 개편안에 따라 백신 접종자의 면회나 외출·외박이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2021년 11월 방문조사 당시 다수의 시설이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생활인 면접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응답자 51명의 31명(60.8%)이 외출제한과 12명(23.5%)이 가족이나 친구 등의 방문제한을 꼽은 것. 장기간의 면회와 외출 제한으로 외로움이나 단절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았다.

아울러 생활인 면접조사 결과 통장 직접 관리 여부 질문에 응답자 74명의 7명(9.5%)만이 그렇다고 답변했고 금전출납 설명 여부 질문에 응답자 73명의 36명(49.3%)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자립생활 교육 경험 여부의 경우 응답자 76명의 52명(68.4%)이 없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시설의 1실 정원을 8명 이하(6세 이하의 경우 10인)'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규정을 '1실 정원 4명'으로 명시한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 내용으로 개정하고,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2021년 8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라 생활인 1인 1실 배치 계획을 신속히 이행할 것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과 인권침해 구제 활동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설장이 아닌 관할 지자체장이 지역 장애인인권위원회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인권지킴이단원을 직접 위촉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44조의4 제2항을 개정할 것 ▲인권지킴이단 회의록, 인권상황 점검 결과 등의 문서를 시설 내에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인권지킴이 단장이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등 별도의 시스템에 직접 입력·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 등을 권고했다.

방문조사 대상 시설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지적장애인의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을 의뢰할 때 입소 의뢰 대상의 정신장애 등 자·타인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특이사항 등의 정보를 입소 당사자나 법정 대리인의 동의하에 시설장에게 사전 안내할 것 ▲입소 시 생활인의 자발적 동의 여부, 신분증과 통장의 본인 관리 여부,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 제한 여부, 생활인 자치회 운영 여부 등 생활인의 자기결정권 보장 여부를 점검하고 해당 권리 보장과 강화를 위해 시설에 개선 명령 등 필요 조치를 취할 것 ▲당뇨, 고지혈 등 기저질환 보유 생활인 대상 맞춤형 식단 기준을 제시하고 정신과 관련 장기투약자의 경우 가족 등 보호자에게 정기 투약 내용을 통지하도록 관리·감독할 것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따라 지자체별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시설종사자 인권교육 시 정부의 자립지원 계획과 이행체계 교육을 실시할 것 ▲코로나19 대응 시 시설의 동일집단 격리를 지양하고 긴급분산조치 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 대응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시행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인뿐만 아니라 아동, 노인, 노숙인 등 사회복지시설 생활인의 인권증진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설 생활인의 인권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개선 조치를 다양하게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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