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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이슈 진단] "코로나19 제한 완화 여파로 사형선고 건수 급증"

국제앰네스티, 2021년 전 세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 발표
18개국에서 최소 579건의 사형집행, 2052건의 사형선고 실행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 폐지국'으로 나가기 위해 조치 주문

  • 기사입력 2022.05.24 10:55
  • 기자명 정성민 기자
 국제앰네스티 로고[국제앰네스티 제공]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제한이 풀리면서 각국 법원의 사형집행과 선고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 보장 차원에서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이 '완전한 사형 폐지국'으로 나가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NGO의 주문이 나왔다.

사형집행 건수 2020년 대비 20% 증가···중국 '최다'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전 세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를 24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1년총 18개국에서 최소 579건의 사형집행 건수가 집계, 2020년 대비 20% 증가했다. 공개 사형집행 건수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순이었다. 단 중국은 매년 수천 건의 사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형 정보를 국가 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전체 건수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각국의 사법 절차가 지연된 뒤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각국에서 연이어 해제된 결과 총 56개국이 최소 2052건의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2020년보다 거의 40% 증가했다. 방글라데시(최소 113명에서 181명으로 증가), 인도(최소 77명에서 144명으로 증가), 파키스탄(최소 49명에서 129명으로 증가) 등 다수 국가에서 사형선고 건수가 급증했다.

이란이 최다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란은 마약 관련 사형집행이 현저히 증가함에 따라 2021년 최소 314명(2020년 최소 246명)을 처형, 2017년 이후 최고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해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2020년 전체 사형집행 건수가 하락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다시 한번 사형집행을 급격히 높이면서 국제인권법 아래 명시된 금지 사항을 태연히 위반했다"며 "사형집행에 의존하려는 그들의 욕망은 2022년 초에도 전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제법에서는 범죄가 고의적 살인과 관계가 없는 경우 사형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북한, 베트남의 사형집행 '깜깜이'

이번 국제앰네스티의 사형선고와 집행 건수 집계에는 중국의 수천 건 사형선고와 집행 그리고 북한과 베트남의 집행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3개국은 비밀스러운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정보 접근도 제한, 집행 건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개 건수만 집계가 가능했다. 또한 일부 국가는 전체 집계 건수가 최소 수치로 보인다. 즉 최대 수치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여전히 중국, 북한, 베트남은 자국의 사형제도 사용에 관한 내용을 겹겹의 기밀 관행 뒤에 가려뒀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가 확인한 일부 내용만으로도 크나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을 단행한 이래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 지속적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사형수 수는 59명이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에게 사형제도와 관련해 질의한 바 있다. 질의내용은 전체 사형수를 지체 없이 징역형으로 감형하고, 사형제도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며, 사형 폐지를 위해 국제규약 제2 선택 의정서를 유보 없이 비준할 것인지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제앰네스티의 질의에 "모두 추진 불가"라고 응답했고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는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사형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다. 한국 정부도 최초로 2020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유예(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완전한 사형폐지국으로 나가기 위해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권의 진전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가 아니라 지도자가 인권 보장을 위해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행동할 때 가능하다"고 주문했다.

전 세계 사형제 폐지에 '긍정 신호' 

다행히도 2021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긍정 신호가 나타났다. 사형 집행 국가 수가 국제앰네스티 집계 이후로 2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한 것.

2021년 말 기준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었다. 108개국이 법적 사형폐지국이었고,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4개국이었다. 사형존치국은 55개국이었다.

사형제 폐지에 긍정 신호 실례를 살펴보면 아직 효력이 발효되지는 않았으나, 2021년 7월 시에라리온에서 전체 범죄의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전체 범죄의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이 2021년 12월에 채택, 2022년 1월부터 발효됐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국가적으로 사형제 논의에 착수한 끝에 2022년 1월 폐지 법안을 채택했고 앞으로 효력이 발효될 예정이다. 2021년 말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형제 법안 개혁을 2022년 3/4분기에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의 국회는 사형제 폐지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미국의 버지니아주는 미국 전체에서 23번째, 남부 지역에서 최초로 사형을 폐지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사형집행 일정이 3년 연속 예정된 경우 일정을 재조정하거나 중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2021년 7월 연방 사형집행을 일시 유예했다. 이에 2021년 미국은 1988년 이후로 최저 사형집행 건수를 기록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국가가 허가하는 살인이 없는 세상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누구도 사형제도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는 날까지 우리는 사형 처벌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의성, 차별성, 잔혹성을 계속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극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처벌을 역사책 안에 묻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영문)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www.amnesty.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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