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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유공자 예우법 처리에 앞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해야

  • 기사입력 2022.07.21 23:18
  • 기자명 김승동 대표기자
▲ 김승동 대표기자/정치학 박사 

더불어민주당이 두 차례나 추진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내려놨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민주유공자 예우법)을 또 추진할 태세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추진 동참 연판장에 민주당 소속 163명과 친야권 의원 등 174명이 서명했다.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인데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유공자 예우법에는 유신반대 운동, 6월 항쟁, 5·18 민주화운동 등을 한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 편.입학 때 유공자 별도 전형을 제공하고 정부나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 취업할 때 가산점을 10% 주도록 하고 있다. 또 의료지원, 민영·공공주택 등 주택 우선 공급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재추진하려는 ‘우원식 안’이 지원 대상을 ‘사망 또는 행방불명, 상이를 입은 사람과 가족’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현재 정치인들은 대상에서 빠져 셀프 특혜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과‘상식’에는 부합하지 않는 법안으로 여겨진다. ‘민주화 운동이 계급이냐’ ‘몰염치의 극치’라는 지적과 반발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 법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난 8년간 ‘민주화 운동 관련자’ 자격으로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119명이나 된다. 만약 민주유공자법이 만들어지면 이들을 뽑는 특별전형이 대다수 대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 경쟁이 생명인 대입에서 특혜 대상은 매우 엄격해야 한다.

취업에서 가산점을 받도록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2030 젠더 갈등도 일자리 경쟁과 무관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함께한 청년들을 대통령실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것도 ‘사적 채용’이라고 비난받는 시대가 아닌가. 대입이라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구직에서도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운동권 부모를 또 하나의 아빠 찬스로 작동하도록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민주화에 헌신하다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해 가족까지 고통을 겪은 이들을 외면하자는 게 아니다. 이미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이 시행돼 상당한 보상이 이뤄졌다.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 등 사회적 대우를 받은 이도 많다. 그러나 한국 민주화는 운동권만의 공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쟁취한 것이다. 국민 모두가 유공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다수의 힘을 내세워 재추진을 강행한다면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감만 불러오는 등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민생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극소수를 위한 이 법안 처리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경제 위기에 내몰린 국민에게는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하다.

민주유공자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민주유공자예우법 입법으로 남 몰래 각종 지원을 해 주기 보다는 떳떳하게 사회적 부조와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5.18 광주 민주화 운동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먼저다. 혹자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단 공개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건 지나가는 어린아이도 개도 웃을 변명이다. 법을 개정하면 된다. 그것도 169석을 갖고있는 힘있는 민주당 단독으도 가능하다. 5.18 광주사태가 우리 현대사에 기록될 정도의 민주화 운동이고 정말 자랑스러운 것이라면 관련자 명단을 당당하게 공개해 5.18 유공자들의 명예를 드높여야 할 것이다. 민주화 인사를 자처하는 운동권과 광주.호남이 달라져야 이 나라의 내일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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