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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자산관리 기본원칙(1)

  • 기사입력 2022.08.06 17:38
  • 기자명 김재철 객원칼럼리스트
▲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경영학 박사), 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

  한 사람의 일생동안 수입과 지출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대체적으로 30대 중후반까지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인생(부족자금)이고, 40대~60대까지는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흑자인생(잉여자금), 그 이후는 경제적 정년을 맞이하여 다시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인생을 살게 된다. 현직에 있을 때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 보내야 하는 시간이 자꾸 길어지기 때문에 은퇴 후 그 동안 모은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 은퇴 후 자산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번부터 3회에 걸쳐 은퇴 후 자산관리 기본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유명한 펀드매니저도 장기간 높은 투자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다. 213조원을 운용하는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인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에서 모든 경제현상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주기설을 주장하면서, 앞으로 어디까지 움직일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라’라고 하였다. 특히 하워드 막스는 ‘그 어떤 것도 영원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현재 상황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처럼 건전한 투자에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직선형 사고구조를 가지고 있어, 주가가 오르면 계속 오를 것처럼 생각하고 금리가 빠지면 계속 빠질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경제 현상은 순환 곡선형이라 등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둘째, 투자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라.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의 스승인 전설적인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① 안전마진 내 매수 ② 분산투자 ③ 기본적 분석 ④ 매수 후 보유 부채의 최소화 라는 4가지 투자 철학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당장 내일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하면서, 투기꾼은 시점 선택(timing)에 매달리지만 투자자는 가격 선택(pricing)을 한다고 하였다. 특히 그는 주식투자 시 안전마진(safety margin)을 강조하였다. 안전마진이란 기업의 수익력이 채권수익률을 훨씬 초과할 때 확보가 가능하며,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도 남는 이익이 존재해야 주주에게 수익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가 제시한 4가지 투자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10개~30개 종목 이내에서 분산투자 ② 20년 정도 오랜 기간 동안 계속해서 배당금을 지급한 회사에 투자 ③ 주가가 최근 1년간 주당 순이익의 20배보다 낮을 것 ④ 주가가 최근 7년간 평균 주당순이익의 25배보다 낮을 것. 

  셋째, 사전적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 현직에서 자금운용업무를 담당하던 2007년이 생각난다. 곡물과 철광석 등 벌크선으로 운반하는 원자재운임지수를 의미하는 BDI(Baltic Dry Index)지수가 2006년 2,000p에서 상승하기 시작하여 2년도 되기 전에 12,000p까지 6배나 상승하였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리스크관리 방향이 달라진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등한 현상을 비정상적 시장상황으로 인식하고 사전적 리스크를 했던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BDI지수가 1,000P대로 폭락한 상황에서도 큰 손실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리스크관리에 착수하는 사후적 리스크관리에 너무 익숙하다.  

  넷째, 위기가 대박의 기회이다. 역발상투자를 하라. ‘제4의 물결이 온다.’라는 책을 보면, 미국의 벤자민 로스(Benjamin Roth)가 대공황시기인 1931년~1941년 기간 동안 쓴 일기장 내용을 그의 아들이 2009년에 책으로 출판한 ‘The Great Depression : A Diary’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1931년 7월, 온갖 신문들과 잡지들은 지금처럼 할인된 가격에 주식, 부동산을 살 기회가 흔치 않다는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다......문제는 지금은 아무도 돈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는 언제 해야 하는가? 모든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때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사태가 발생했을 때가 투자의 적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캐나다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우는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의 2004년 알트리아 역발상투자 사례를 살펴보자. 알트리아(ALTRIA)는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크라푸트푸드의 모기업인데, 탄탄한 재무구조와 배당수익률 6%대, 해마다 배당금 인상을 하는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자회사인 필립모리스의 담배 피해에 대한 대규모 집단소송이 발생했고, 언론은 천문학적인 배상금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연일 보도를 하는 바람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였다. 드레먼은 이때를 투자 적기로 판단하고 역발상투자를 함으로써 대박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실제 투자 행동으로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쓰지 않고 왼쪽으로 가고 있는데, 나만 우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가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본인만의 확고한 투자 철학과 강철 같은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섯째, 머리기업에 투자하라.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경험한 1,2,3차 산업혁명 때 누가 돈을 벌었는가? 1차 산업혁명 때는 방적기를 개발한 사람보다는 옷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양모 생산업자들이 돈을 벌었다. 2차 산업혁명 때는 자동차를 만든 포드보다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석유를 생산하는 스탠더드오일 대주주인 석유왕 록펠러가 많은 돈을 벌었고, 3차 산업혁명 때는 컴퓨터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누가 돈을 벌 것인가? 바로 머리기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머리기업에 투자를 하라.

  머리기업이란 ‘4차 산업혁명 시대, 투자의 미래’라는 책에 나온 개념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독점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말하며,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수족기업’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머리기업에는 어떤 기업이 있을까? 머리기업은 광고를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대체로 머리기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반도체생산업체도 머리기업이지만,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원자재, 반도체설계 전문 업체 및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이 바로 머리기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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