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반지하 거주 기초생활수급자 사망에 시민사회단체, "주거권 보장하라" 한 목소리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가족과 동작구 상도동 50대 사망
기초생활수급자로 반지하 거주···주거권 보장 강화방안 시급

  • 기사입력 2022.08.10 18:10
  • 기자명 김진태 기자
▲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의 가족들의 빈소가 10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발달장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연합뉴스]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쏟아진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일가족과 동작구 상도동의 50대 김모씨가 사망했다. 특히 이들이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가 주거급여 수급가구와 비주택 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10일 "평범한 이웃이었던 이들의 죽음 앞에 참담한 심경으로 명복을 빈다"면서 "반지하 가족들이 당한 참변은 집으로 돈 버는 사회가 만든 죽음이다. 가난과 장애를 사회가 아닌 가족의,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온 사회에서 발생한 인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0시 26분부터 1시 20분까지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됐다.

A씨는 전날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지인이 전날 오후 9시 6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집 안에 가득 찬 물을 빼내기 위해 소방 당국에 배수 작업을 요청했다. 당시 관악소방서는 관내 산사태로 인한 토사 붕괴와 하천 범람, 화재, 배수 지원 등으로 모든 차량이 출동한 상태였기에 인근 구로소방소와 양천소방서가 지원에 나섰다. 두 소방서의 지원 인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마치고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모두 숨진 상태였다.

반지하에는 A씨 자매의 모친까지 총 4명이 거주했다. 사고 당시 모친은 병원 진료로 외부에 있어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언니는 발달장애가 있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확인됐다.

또한 동작구 상도동 주택침수로 사망한 50대 김모씨도 반지하에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모씨는 지난 8일 밤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물이 들어찬 뒤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고령의 모친은 반려견과 함께 집을 빠져나왔으나 김씨는 뒤따라 나오다가 갇혔다.

김씨는 옆집에 사는 여동생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관할 주민센터에 따르면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있었다. 또한 이웃들은 김씨가 지적 장애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낮은 곳부터 차올랐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약 33만 가구는 반지하에 거주한다. 이들 중 96%는 수도권에 몰려있다"며 "반지하는 나날이 비싸지는 도시에서 서민들에게 그나마 열린 거주공간이지만 고시원, 옥탑방과 비닐하우스가 그렇듯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주거지는 화재, 혹한, 혹서와 반복되는 재난 앞에 위태로웠다"고 지적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국토부는 반지하 거주가구 전수조사를 계획하고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시행하지 않았다"면서 "2020년부터 반지하 거주가구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대상에 포함,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만들었지만 공공임대주택의 실제 물량은 늘지 않아 '신청은 할 수 있지만 갈 곳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더불어 이들 모두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였다는 사실은 현재 주거급여가 '적절한 주거 여부'에는 관심 없이 단지 월세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한다"며 "주거급여 신청 후 국토부는 주택조사원을 주거지로 파견, 실태조사를 진행하나 결과에 따라 주거 상향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2020년 12월 방배동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발달장애 청년의 어머니 김모씨 역시 주거급여 수급자였다"면서 "이들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집에 살고 있었지만 서초구청도, 국토부도 이사 갈 곳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그저 월세만 보조하는 정책은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가 보여주듯 수급권자의 손을 거쳐 주택소유주로 지원금을 흘려보낼 뿐"이라며 "적절한 주거 실현에는 단기처방조차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주거권은 생명권에 기초한다"면서 "최저주거기준은 '누구에게나 살 집이 필요하다'는 변할 수 없는 명제와 '누구에게나 그 집에 사는 일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는 명제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땠나"라며 "생명권인 주거권보다 재산으로서의 땅과 주택의 가치만을 앞세우고 모든 인간의 권리인 최저주거기준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요구는 걸핏하면 정책적 규제, 재산권 침해라고 읽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오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침수 피해지역을 방문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하며 '주거환경 정비, 도시계획, 스마트기술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면서 "두려운 것은 이런 사고를 빌미로 대책 없이 반지하마저 사라지면 서민들이 살 곳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희룡 지사가 만들어야 할 근본 대책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만 안전을 보장하는 개발 도시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조차 평등한 안전과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로의 전환"이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충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저렴주거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주거급여 수급가구와 비주택 거주가구를 포함, 이들에 대한 더 나은 주거대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