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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등 재벌총수 특별사면···시민사회단체, "중대경제범죄 면죄부 남용"

정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결정···경제인 포함,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 제외
경실련·참여연대 등, 사면 결정 규탄···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 후퇴" 비판

  • 기사입력 2022.08.12 13:32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재벌총수가 대거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올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중대경제범죄에 면죄부 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경제인 대거 석방···정치인은 제외 

법무부는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오는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호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다. 특히 정부는 민생과 경제회복에 특별사면의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국회의 동의 필요 없이 대통령이 특별사면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주요 경제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또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각각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다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최종 명단에는 없었다.

정부는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 관계자 8명도 특별사면에 포함시켰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 운영자 32명도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 일반 형사범 1638명(수형자·가석방자 538명, 집행유예·선고유예자 1100명)과 중증환자 등 특별배려 수형자 11명도 특별사면된다.

모범수 649명의 경우 가석방된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대상이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특별사면에서 제외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특별사면 가능성이 높았지만 계속 수감 생활을 이어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범국가적 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을 고려, 주요 경제인에게 경제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줘 (사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과 공직자를 사면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국민 민생경제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민이 힘 모아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친재벌 정책 선언" 비판

특별사면 명단에 재벌총수가 대거 포함되자 시민사회단체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특별사면 명단 확정 이전부터 재벌총수의 특별사면을 강하게 반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12일 공동 논평을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을 사면한다고 밝혔다"면서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재벌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특혜가 또다시 자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의 수사를 이끌었으나, 이번 사면으로 자신의 검사 시절 결정을 뒤집고 재벌의 편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86억 원 상당의 뇌물공여와 횡령을 저지른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종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내린 2년 6개월이라는 죗값 자체도 애초에 낮은 수위의 처벌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가석방함으로써 솜방망이 처벌 이후 사면 남발이라는 그간의 기업인 부패범죄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가석방 후 이재용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회사경영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윤석열 정부는 아예 이재용 부회장의 죄를 사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재용 부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횡령·배임, 조세 포탈 등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에게도 무더기 면죄부가 주어졌다"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더니 재벌총수들에게는 무딘 잣대를 들이대는 윤석열 정부의 선택적 공정과 심각한 현실 인식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사면 결정은 향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으로 민생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양극화·불평등 현상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와 각종 규제 완화, 노동 탄압 등 재벌대기업 맞춤 정책만을 내놓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와중에 취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벌총수의 범죄를 사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결국 부자들만 살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것에 다름없다"며 "총수가 사면되지 않아 삼성, 롯데 등과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총수는 기업의 주인도 의사결정권자도 아니며, 기업은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의 의사 결정을 통해 경영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재벌총수들은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사 시절 이러한 범죄 엄단에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변절은 재벌총수들에게 앞으로 마음껏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며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재벌 아닌 민생을 살피는 자세로 국정에 힘쓸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죄받지 않은 재벌총수의 경제범죄를 국민은 용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 후퇴"

경제개혁연대도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가 크게 후퇴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12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대통령은 헌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지 않도록 사면권을 매우 신중하게, 필요 최소한으로만 행사해야 한다"면서 "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총수를 사면·복권해야만 풀 수 있는 사회 갈등이나 시대 문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오히려 재벌총수처럼 막대한 부를 가진 자는 사적 이익을 위해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다시 한 번 확인됐을 뿐"이라며 "나아가 이번 사면으로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 불신', '정경유착 위험'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해소가 더욱 요원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유죄판결을 받은 뇌물·횡령 등 범죄와 밀접 관련이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사건 등으로 여전히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복권은 더욱 부적절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 중대 피해를 입힌 재벌총수가 사면·복권을 통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경영의사결정이나 회사의 성장에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사면으로 주요 대기업집단이 후진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제 헌법 가치인 경제민주화를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는 지름길이자 바른길인 시대"라면서 "반면 윤 대통령의 경제인식이나 판단은 시대에 크게 뒤떨어졌다고 해도 결코 인색한 평가가 아니다. 취임한 지 채 100일이 되지 않았지만, 사면권 행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윤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정치적 비전 나아가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과 법원은 특별사면이나 복권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검찰은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법원은 공정 재판을 통해 오로지 법률과 증거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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