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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all-in)공화국, 대한민국이 무섭다

[김덕년의 교육이야기31]오직 경쟁과 대학 입시에 올인(다걸기)한 탓이 크다.

  • 기사입력 2007.01.15 12:08
  • 기자명 수원시민신문
tv를 켜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신문도 시들하다. 매일 나오는 소식이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목소리로 악다구니 해대는 모습이 무서운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엉머구리* 떼들이 모두 오른쪽으로만 앉아 와글와글 대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다양한 목소리는 묻히고 날 세운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토론은 사라지고 정략에 따라 움직인다.

▲ 김덕년님

© 수원시민신문

정치가들이야 다른 사람들의 말에 대해서 귀 막은 지 오래였다지만 이제는 국민들마저 우르르 달려가기만 한다. 무섭다. 최근에는 무슨 말이든 서로 욕설부터 주고받는다. 목소리만 크면 장땡이다. 한 일간지에 성과급을 거부하다가 몇 개월 치 월급까지 받지 못하게 된 교사의 사연이 기사화되었다. 그런데 댓글에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를 매도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적어도 왜 그 교사가 성과급을 거부했는지, 그리고 왜 월급은 받지 못하는지를 알아보려는 시도는 없고 바로 돌을 던진다. 하긴 교회의 목사도 ‘무능력한 이승만 정권’, ‘김일성 주석’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소설책 <손님>을 권했다고 빨갱이로 몰리는 세상이다. 시끄럽다. 어디론가 조용한 곳으로 숨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소리만 듣고 싶다. 그들만의 공화국, 그래 그렇게 당하고도 그 시절 그 때가 좋다고 노래하는 사람들 앞에서 심약한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지도 못하겠다. 오죽하면 전교조는 이번 겨울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세상을 ‘논’하고 나를 ‘술’하라’는 주제로 ▲통합논술 수업사례 ▲국어논술 수업사례 ▲지리 논술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등을 발표하기로 했을까. 온 나라를 강타한 논술 열풍에 자유롭지 못한 건 전교조도 어쩔 수 없나보다. 물론 논술이야 분명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지만 문제는 입시의 한 유형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논술 역시 입시 시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유형을 외우고, 익히고 있을 뿐, 자신의 표현 향상을 위한 기본 글쓰기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는 교사도,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람은 들쥐와도 같다’고 했던 오만방자한 미국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요즘의 우리 모습을 보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들쥐가 자꾸 떠오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유엔사무총장이 나왔다고 모두들 제3세계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것도 아니고,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빨갱이’라는 말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날선 검이 된다. 여당 의원을 향해 좌파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파르르 떠는 당사자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나 모두 사상의 자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베트남 여인을 마치 상품으로 생각하게 하는 현수막은 여전히 농촌의 곳곳에 걸려 있고, 아이들은 방학 임에도 새벽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무엇하나 변한 것은 없는데 오히려 엉머구리 떼는 더 늘어났다. 2,30년 동안 남을 이기는 교육만 강조한 결과인 것 같아 몸을 떤다. 학교에서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 또한 귀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고, 오직 경쟁과 대학 입시에 올인(다걸기)한 탓이 크다. 교사인 자신이 부끄럽고 대한민국이 무섭다. *엉머구리: <동물>개구리의 한 종류. 몸은 크고 누르며 등에 검누른 점이 있음. 참고로 속담에는 ‘악머구리 끓듯 한다’라고 쓰나 악머구리는 참개구리라 문맥상 의도적으로 ‘엉머구리’를 사용함. 원본 기사 보기: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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