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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위안부(60)

출장근무<23>

  • 기사입력 2012.01.27 17:46
  • 기자명 정현웅
니시야마는 여자의 한쪽 귀를 잘랐다. 여자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팔로군 장교의 아내는 고문을 받는 도중에 숨을 거두었다. 세 번째 전기고문을 했을 때 눈을 까뒤집고 혀를 깨문 상태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다섯 번째 중국 여자는 밖에서 고문을 하였다. 밖의 기온은 한낮이었으나 영하 이십 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였다. 여자를 벼랑 위 바람이 세찬 바위 옆에 발가벗겨 앉혀놓고 심문을 하였다. 큰그릇에 물을 떠놓고 이따금 몸에 부었다. 손발이 묶인 채 여자는 추워서 오돌오돌 떨었다. 여자는 살려달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했다. 그녀는 나이가 열아홉 살 되는 처녀였는데, 무서움과 추위 때문에 말을 제대도 하지 못했다.
여자는 고통을 모면하려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그리고 일본군 심문자가 원하는 대로 답변하였다. 그릇에 있는 물에 살얼음이 얼었고, 여자의 몸에 끼얹는 물이 얼었다. 체온이 있을 텐데도 물이 얼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고통이 없는지 신경쓰지 않았다. 여자는 이미 전신 동상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피부가 붉어지기 시작했고, 여자는 혼수상태에 들어갔다. 살려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뱉고 여자는 정신을 잃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나까이 중사가 통역하는 여진홍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고 쓰러진 것인가?”
여진홍은 주위에 서 있는 장교들과 하사, 그리고 병장을 둘러보고, 다시 나까이 중사에게로 시선을 보내며 대답했다.
“너희들도 인간이냐,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했어요.”
그것은 여진홍이 지어낸 말이었다. 병장 이나무라는 여진홍이 지어낸 말이라는 것을 알고 키득거리고 웃었다. 나까이 중사는 쓰러진 중국여자를 힐끗 보며 어깨를 추썩였고, 장교들은 돌아서 내려갔다.
아오끼 대위는 중국인 여자 포로 중에 거의 반에 해당하는 다섯 명을 심문하여 죽이고 일단 중지했다. 다음에 다시 심문하기로 하고, 그녀들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수색대를 보내 문제의 그 동굴과 산을 조사하기로 했다. 여자들의 진술이 엇갈렸고 대부분이 고문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한 말이어서 신빙성이 없었다.
이틀이 지나고, 수색대가 돌아왔을 때 중국 여자들이 자백한 말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자들은 고문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던 것이다. 그 동굴의 서쪽이든 동쪽이든 팔로군이 주둔했던 흔적은 없었다.
심문에 들어가지 않은 여섯 명의 중국여자들은 그대로 살려놓고 위안부와 같은 일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위안부와 성격이 달랐기 때문에 여자들의 팔과 다리를 벌려서 묶어놓았다. 그것은 여섯명의 중국인 여자 가운데 한 명이 일본군을 위해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뾰족한 쇠창으로 몸 위를 짓누르는 일본군 사병의 등을 찍었다. 여자의 힘이 약해서 쇠창이 깊이 들어가지 않아 일본군은 생명을 구하기는 했으나 그러한 일이 있은 후 포로가 된 여섯 명의 중국인 여자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군인을 받았다. 중국인 여자와 지내는 것은 소대장의 허락서만 받으면 되었고, 충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병에게 포상 형식으로 내렸다.
중국인 여자를 섹스 매개체로 처리하면서 파견대를 따라왔던 다섯 명의 위안부들은 약간 한가해졌다. 그러나, 반드시 한가한 것만은 아니었다. 중국인 여자가 모든 병사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안부들 쪽으로도 관심이 돌려지고 있었다.
중국인 농부와 여자들이 낙봉성에 들어오면서 대원들 사이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상관과 부하들 사이에 삼십팔타 제도가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이해진 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아오끼 중대장은 삼십팔타제도를 장병간에 허용했던 것이다. 장교는 하사관에게, 하사관은 사병들에게, 고참사병은 신참사병들에게 허용된 삼십팔타제도는 서른 여덟가지 잘못이 있을 때는 무조건 때리는 일로서, 엄격하게 보면 모든 행동이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서른 여덟가지에는, 큰소리를 내는 자, 지나치게 웃는 자, 남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는 자 등 추상적인 개념도 포함되어 있어, 상관들은 부하를 심심풀이로 구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몰론 상관과 부하간의 엄격한 규율은 삼십팔타제도를 적용시키지 않아도 그 동안 있어왔지만, 그러한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도 트집이 잡히는 것이었다.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배를 쥐어박히고, 아프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부하에게, 얼굴을 찌푸린다고 한대 더 쥐어박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일마저도 권태를 몰고 왔으며, 병사들은 작전으로 출동하지 않는 날에는 도박을 하고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니시야마 하사가 술냄새를 풍기며 옥경의 방으로 들어온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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