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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록선생이라는 천하의 현인이 한 분 계시오.”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 (113) 누란지위(累卵之危). 원교근공(遠交近攻)(2)

  • 기사입력 2012.05.19 05:09
  • 기자명 김병총
그래도 범수의 생명은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멍석 속에 누워있던 범수는 마침 측간으로 소피를 보러 온 손님에게 안간힘을 다한 목소리로 간청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저를 살려주시오!”
“앗, 뭐? 당신은 아직도 죽지 않고 있었소?”

“이대로 있다간 필시 죽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만 주시오!”
“살려달라고? 내가 무슨 힘으로?”

“여기서 저를 탈출만 시켜준다면 훗날 반드시 큰 은혜로 당신께 보답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싶소. 수가가 말하던 게 사실이오?”

“모해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디 팔아먹을 국가 기밀을 제가 알고 있기나 하겠습니까. 수가가 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저를 모해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어쨌건 딱하게 됐소이다. 내가 보상 때문이 아니라, 그대를 도우는 이유는 그대의 처지가 딱하 기도 하려니와, 수가의 음해가 정의롭지 못한 데서 오는 의분 때문이오. 아무튼 기회나 봅시다.”

위제한테로 돌아간 손님은 이렇게 보고했다.

“이미 죽었습니다. 더구나 그자의 시체에서 나는 지린내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견디기 어렵다며 투덜거립니다.”

위제는 취한 김에 쉽게 내뱉았다.

“시체가 더 썩기 전에 멀리 내다버려라!”

어쨌건 그렇게 되어 범수는 일단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다. 정안평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범수의 인물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로에다 그를 여러번 추천했으나 웬일인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런 범수가 기여코 일을 당했고,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어느날 밤 정작 걸레가 다된 몸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안되네! 나와 친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필시 이쪽으로 포리(捕吏)를 풀 것이야! 당분간 기회나 엿보자구!”

정안평은 우선 범수의 이름을 장록(張祿)으로 바꿔준 뒤, 더욱 꼭꼭 숨겨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진(秦)나라로부터 왕계가 사신으로 왔다. 정안평과 왕계는 국록은 달리 먹으나 의기투합되는 바가 있어 오래 전부터 사신으로 왕래하는 사이에 무척 친밀해져 있던 사이였다.왕계가 진나라로 떠날 때가 되었을 때 그는 지나가는 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서쪽 [秦]으로 갈 때 데리고 갈만한 인물이 혹시 없을까....”

정안평은 귀가 번쩍 떠졌다. 무릎을 치면서 소리 질렀다.

“딱 한 사람이 있소!”
“있다고?”
“가까운 곳에 장록선생이라는 천하의 현인이 한 분 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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