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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대한민국 'ESG-강소기업' CEO 열전③ 이승재 (주)나무와에너지 대표

“산림바이오매스, 탄소중립·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경영 최고 가치”
사회학도에서 임업전문가로 변신…‘바이오에너지마을’ 만들기 구슬땀
한국NGO신문·시민사회신문 공동취재

  • 기사입력 2022.11.25 09:46
  • 최종수정 2022.12.20 19:29
  • 기자명 설동본 대표기자
▲ 이승재 (주)나무와에너지 대표. 그는 충북 괴산에서 마을 중앙난방을 나무로 할 수 있는 사업인 ‘산림에너지자립마을’ 가꾸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설동본 기자 촬영}

세계는 지금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시대다. 유엔이 UNPRI(책임투자원칙) 프로그램을 통해 ESG 실천을 강조하고 있고, 글로벌컴팩트(지구계약) 프로그램으로 인권·노동·환경·반부패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지만 강한기업 ‘글로벌 강소기업’이 대세다. 강소기업은 특별한 기술과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리후생을 자랑한다. 

한국NGO신문과 시민사회신문이 공동 추진하는 ‘ESG-강소기업 탐방’ 특별기획은 기업들이 시대 변화에 맞추어 기후·환경보호, 사회적가치추구. 사회책임경영 및 지속가능경영을 확산시켜 나가도록 하기 위한 기업성장 후원 프로젝트다. 또 ‘ESG-강소기업’분야에서 모범 기업과 CEO을 찾아 청년세대 ‘인큐베이팅’ 역할과 ‘친환경·강한 기업’의 롤 모델 역할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ESG-강소기업' CEO 열전 그 세번째로  오늘은  (주)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를 만나본다. 

충북 괴산 목재칩보일러·열병합발전기 시설 설계·설치에 ‘동분서주’ 

시민사회 ‘그린워시’ 비판엔 임업계·과학계와 협의·목표 이뤄 논쟁 해소

(주)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52세). 그는 1999년 겨울, 독일 뮌스터대학으로 사회학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6년 뒤인 2005년 그는 학업 대신 사업의 길을 택했고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기업체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당시 화학물질 인허가 과정이 복잡했다. 그래서 한국기업 수출품의 화학물질 등록 대행업체를 하기로 했다. 

환경과 관련된 법규와 정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인허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어 한 전시회에 가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목재펠릿에 시선을 집중했다. 처음엔 매우 낯설었다.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이고 나무를 압축해서 연료로 쓴다는 게 산업으로 가능한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출품한 업체를 설득해서 공장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단다. 

이즈음 외국과 같은 이미지의 국내 바이오에너지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이승재 대표 머리에 강하게 스친다. 한국에너지마을의 기술 파트를 담당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갈망이다. 바이오에너지마을이란 재생에너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술과 솔루션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 2017년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들과 자본금 2억을 가지고 (주)나무와에너지는 그렇게 출발했다.

“목재펠릿 2kg으로 기름 1리터와 대체 가능”

2000년대에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에서 목질계 바이오매스 사업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는가.

-그렇다. 나무를 목재칩과 펠릿으로 만들어 난방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나무를 이용한 재생에너지사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자극 받아 2005년 사업체를 만들었다. 2008년에 녹색성장을 내세운 정부가 펠릿사업에 지원했을 때 기대감이 높았다. 결국 해외에서 대량의 펠릿이 수입되고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만 사용되어 오히려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법으로 나무에너지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설립했다. 마을 단위에서 나무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독일 재생에너지 사업 쪽에서 바이오매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서유럽이 목재펠릿 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리려는 의도 보단 벽난로에 의지하고 있던 서유럽의 난방방식 때문이었다. 매우 많은 양의 장작을 사용하다 보니 저장이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목재의 자동 공급이 가능하게 하려고 1900년대 후반에 목재를 파쇄해서 목재칩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목재칩보일러를 만들었다. 목재펠릿 2kg은 기름 1리터와 대체 가능하다. 나무의 발열량을 높게 해서 쓸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나오는 시점이었다. 

▲ 이승재 대표가 전북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에 설치된 목재칩보일러 소모품을 교체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이승재 대표가 전북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에 설치된 목재칩보일러 소모품을 교체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목재펠릿에 대한 사회적 자각과 기술 필요

서유럽에서 목재펠릿 사업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인가. 

-2005년 독일에서 버려진 나무로 만든 목재펠릿으로 난방을 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이듬해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해 신재생에너지원인 산림바이오매스의 중요성을 국내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우리나라에서 사전 조사를 실시했다. 그 당시 독일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풍력발전소 1만5천기 정도가 돌아가고 바이오가스발전소가 3천300개 정도 가동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상 가동되는 바이오가스시설이 단 1대도 없었다. 그때 고민은 3300대0은 이상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목재펠릿을 만난 건 내 삶의 15년을 이 무지막지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다.

사업은 시장과 관련 있지 않은가. 

-맞다. 그래서 사전 조사를 했고 투자자도 만났다. 우리나라는 4대 조림 강국이니 나무도 충분할 것 같아 제안했다. 25억 투자가 목표였는데 당시 누구도 그런 가능성에 투자하지 않았다. 2006년 12월 네이버에 목재카페를 만들었고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해보자고 생각했다. 1년쯤 지나니까 회원 수가 250명이 됐다. 아무도 관심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다 2007년이 되니까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8년 정권이 녹색성장을 앞세우며 목재펠릿 지원책까지 내놓자 갑자기 카페가 북적였고, 목재펠릿 보급사업 시작된 것이다. 800억 원을 들여 농산촌 가정에 목재펠릿 보일러 3만5천 대를 깔았고 2008년 말엔 펠릿 공장도 만들었다. 공장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나를 찾아 함께 독일 펠릿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자 카페 회원 수가 한 달에 1천200명씩 늘어났고 2008년 말에는 1만5천 명을 돌파했다.

한국과 유럽 상황인식이 좀 다르지 않은가.

-유럽이 목재펠릿을 하는 이유와 우리가 목재펠릿을 하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난방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의 사업이다. 즉 난방 효과에만 관심이 있어 못 쓰는 나무를 연료화해서 저소득층에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는 사업이었다. 유럽처럼 그간의 축적해온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속성이 없고 목재펠릿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랐다. 목재펠릿이 등유의 반 정도 되는 발열량을 쫓아갔다 해도 농가에 공급이 잘되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제대로 돌아가는 설비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목재펠릿 시장이 열리려면 많은 시간 필요하다. 목재펠릿에 대한 사회적 자각과 기술이 필요하다. 

▲ 이승재 대표(오른쪽)가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농특위 산림혁신특별위 위원 위촉장을 받고 있다. 왼쪽은 당시 정현찬 위원장.  

‘지역역분산형’ 에너지사업 모델 만들기 한창

현재 ‘분산형 에너지 공급’ 측면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에너지 공급 체계가 대량 수급해서 대량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지역분산형’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나무를 벤 지역에서 장작, 목재칩, 펠릿 등의 형태로 가공하고, 이를 그 지역에 있는 소형 열병합발전소 등에 직접 공급해 열과 전기를 마을 단위로 공급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나온 에너지는 지역에서 활용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전남에서 수확한 나무가 충북에 가서 펠릿이 되고, 이 펠릿이 동해에 있는 화력발전소로 가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면, 이는 탄소중립이 아닌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는 꼴이 된다. 25톤 트럭에 가득 담긴 목재가 수십 대 이동하면서 차에서 배기가스가 나오고, 발전효율이 35%인 화력발전소에서 펠릿 형태로 연소된다면, 분명히 낭비이고 산림바이오매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연료를 수급해서 지역에서 사용하는 게 맞다.

마을과 지역단위 수준의 지속가능한 연료를 공급하자는 의미인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방법으로 지역에서 연료를 수급해서 지역의 연료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산림청도 산림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북 완주, 강원 횡성, 경기 양평, 그리고 이제 충북 괴산까지 네 곳의 도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중 완주의 사례는 우수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지역분산형 에너지사업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마을 단위로 목재칩 보일러 등 발전설비를 두고 여기에 산림바이오매스 원료를 투입해 열과 전기를 생산하고, 추후엔 마을단위 중앙난방이 가능해진다.

한 자치단체와의 일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던데.

2013년 당시 전북 완주군 임정엽 군수가 내가 쓴 글을 읽고 독일을 찾아왔다. 이분이 임기 동안 로컬푸드를 전국적으로 알렸다. 그리고 지금은 보편화돼있지만, 군수 재임 때 로컬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정책과제로 세웠다. 산림탄소순환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예산을 받았는데 외국 기술과 방법을 동원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완주 고산자연휴양림에 전기생산을 뺀 목재보일러만 설치하게 됐다. 

애초 계획한 사업의 30%를 진행했지만 완주군 휴양림 전체를 목재로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는 400kW급 산림 바이오매스 목재칩보일러로 난방과 급탕을 제공한다. 지역에서 나는 자투리 나무들이 현장에서 파쇄돼 목재칩연료가 된다. 목재칩은 단순 파쇄해서 건조시킨 것이고 목재펠릿은 성형화한 것이다. 보통 목재칩은 대각선 길이가 3~4센티미터 되는 것을 보일러에 사용한다. 

▲ 이승재 대표(오른쪽 3번째)가 탄소중립과 지역균형발전 토론회에서 참석지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임업 부산물 에너지 사용은 충분한 가치

바이오매스 사용 이유와 근거는 사실 조림사업이 잘된 나라이기 때문 아닌가. 

-우리나라는 현재 64%가 임야인 나라다. 우리나라의 국토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4위다. 임야면적 비중으로 봤을 때도 우리는 아주 많은 숲을 가지고 있다. 나무가 많은 것에 비해 우리 임업이 고전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나무를 더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소득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1950~60년대 연료가 부족해 나무를 심었는데 그렇게 심은 나무가 자랐다. 땔감으로 쓰기 위해 빨리 자라는 나무인 아카시아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을 주로 심었다. 그러나 용재나 목재로 사용하기에도, 수익을 내기도 매우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목재로 수익을 내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전지구적 과제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는 임업에서 수입을 내는 방법을 목재만 가지고 얘기할 게 아니라 자투리 나무나 버려졌던 나무들을 에너지로 투자해서 임업이 부가가치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나무의 가격이 낮더라고 고른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연간 450만m³ 정도 나무를 수확하는데 그 나무를 수확해서 버는 돈은 기껏해야 4천억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조림 4대 강국의 목재 생산 가치라는 게 5천억에 불과하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바이오매스가 필요해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바이오매스가 필요 없게 되자 숲이 푸르게 된 나라다. 그리고 지금 탄소중립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바이오매스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숲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목재산업을 진행하고 임업의 부산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시민사회는 이 사업을 ‘녹색’ 이미지로 포장한 그린워시(Green Wash)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 우리 숲은 일정한 조림시기에 심었기 때문에 40-50살의 나무가 주종이다. 이렇게 되면 다양산 연령대의 나무가 자라는 숲을 갖기 어렵고 숲의 탄소흡수량도 떨어진다. 그래서 정부가 일정정도 베어내고 더 많은 나무를 심자는 정책을 지난해 제시했다가 '많이 베자는데 목표가 있다'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또 이렇게 베서 결국은 바이오매스발전소에 대량으로 쓰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그런데 이 논쟁은 작년 시민사회와 임업계, 과학계와 만나 어느 정도 논쟁 해소 됐다. 오해가 있었던 부분도 많다. 또 임업계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잘못한 부분도 있어 새로운 협의와 목표도 만들어냈다. 

나무는 복원할 수 있지만 숲 복원은 어려워

지속가능경영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닌가.

-그렇다. 지속가능경영은 사실 임업의 목표고 임업이 가지는 가치다. 즉 숲에서 생산하되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임업은 가지고 있다. 우리가 숲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첫째, 목재 생산을 위함이다. 목재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그게 없다면 우리가 플라스틱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고 그러면 탄소중립에 점점 더 요원해진다. 그러니 목재는 수확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자급해야 한다. 둘째, 생태계 유지를 위함이다. 나무를 심는 이유가 단순히 목재 생산만은 아닐 것이다. 나무를 심어야 생태계 유지된다. 나무를 심는 이유는 목재를 생산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셋째, 사람이 그 숲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사람도 휴양과 휴식, 치유를 위해 숲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숲을 활용하는 목적은 다면적으로 봐야 하고 지속가능하게 봐야 한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심고 가꾸고 하는 노력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숲을 만들었고 앞으로 100년 이후도 그런 숲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환경 쪽에서도 고민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임업에서는 그동안 마구잡이로 베던 관행들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산림바이오매스가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나무를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한쪽에서는 듣기 불편할 수 있다.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숲이 있는데 그 숲을 다 베서 에너지로 쓰는 것이 탄소중립이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숲을 다 밀어내고 나무를 다시 심는 행위는 위험하다. 나무는 다시 복원할 수 있지만, 숲을 복원하기는 어렵다.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다. 단 원칙이 있다. 나무를 사용할 때 원칙은 지금 나무라는 게 탄소중립으로 보는 이유가 나무가 자랄 때 흡수하는 만큼만 연소 시 배출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쓰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거나 이런 것이 밝혀진다면 불가능하다. 즉, 모두 베어버리고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쓰는 행위, 이런 것을 재생에너지라고 인정해주기는 어렵다. 그러니 철저하게 임업(목재산업)의 부산물을 가지고 에너지로 활용할 것과 그 지역에서 수급하고 그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게 경영해서 얻어내는 것을 에너지로 쓴다는 전제조건이 돼야 가능하다. 

탄소중립 에너지원인 나무의 오해와 진실

일각에서는 벌목하면서 목재로 쓰이는 부분만 챙기고 나머지는 숲에 버리기 때문에 목재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산불이 크게 나는 이유가 누군가 불을 붙여서가 아니다. 생나무들이 산에 서 있으면 함수율이 55%이기 때문에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런데도 저렇게 불이 많이 붙는 이유는 가지들이 다 떨어져 있고 치우지 않기 때문이다. 산에서 나무가 쓰러져 있다거나 또는 부산물들이 산에 쌓여있으면 결국 이건 홍수 때 떠내려가거나 산불 때 위험요건이 된다. 이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산에 있는 나무가 그냥 썩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부산물들을 다 수집해서 사용하면 탄소중립에 기여하게 되는데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양이 되니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의미 있다.

전문가로서 산림바이오매스의 최대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생에너지를 쓰는 것은 좋지만 에너지원을 잘 혼합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그리드(grid)를 갖게 된다. 태양광, 풍력, 산림이 섞여야 한다. 어떤 특정 에너지를 가지고 전체 재생에너지 비중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이오매스는 24시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이 생산하지 않을 때 바이오매스는 가동한다. 특히 바이오매스는 열과 함께 생산한다. 열로 쓰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인 재생에너지다. 풍력과 태양광은 아무리 생산을 많이 해도 우리의 난방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우리가 탄소중립 목표가 있다고 할 때 그 중의 30% 기량은 난방 분야인데, 만약 전기를 가지고 난방을 한다는 것은 전기를 가지고 수소를 분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니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탄소중립의 현실적 목표 완성을 위해서도 바이오매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중립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독일 환경부가 지난 26년간 탄소중립 저감 기여도를 따져봤는데 태양광은 8%, 풍력 26%, 그리고 바이오매스가 46%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저감 기여도가 절반에 가깝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유럽 주요국가 난방 분야의 재생에너지 80%가 나무다.

충북 괴산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성공사례 만들고 파

올해 충북 괴산에서 열병합발전소인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시작한다는데.   

-그렇다. 마을 중앙난방을 나무로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산림청이 2009년부터 ‘산림탄소순환마을’이라는 사업을 경북 봉화, 강원도 화천 등 몇 군데서 진행했다. 그러나 성공사례가 아니었다. 유지하는 데 있어 경제성이 안 나오고 연료 조달이 쉽지 않았다.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사업이었다. 2019년 산림청이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다시 시도했다. 200억 원의 예산으로 4개 마을에서 시작했다. 전북 완주, 강원도 횡성, 경기도 양평, 충북 괴산이다. 

마을 특징은 산촌마을, 70% 이상 임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목재 수급이 비교적 원활하다. 어느 정도 열을 쓸 수 있는 마을이 형성돼 있다. 마을 규모도 무시할 수는 없다. 중앙난방을 위해 열배관을 설치해야 하니 최소한 30가구 이상이 모여 사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열배관이 2.5 km 이내로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지정됐다. 

정확히 어느 마을에 어떻게 설치되는가.

-충북 괴산군 장암리다. 150가구가 모여 산다. 목재칩보일러를 하나 놓고 열병합발전기를 옆에 하나 같이 놔서 그 두 대가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한다. 여름철엔 열병합발전기만 돌려서 폐열을 가지고 마을의 기저 난방부하를 책임지고, 겨울 열 수요가 높아지면 목재칩보일러가 같이 돌아가서 피크 난방부하를 같이 감당한다. 그렇게 해서 중앙난방을 하는 사업으로 현재 열심히 설계 중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에 나무 보일러는 한 대가 있고 열배관이 6km 정도 돼 있어서 집마다 배관이 들어간다. 여기에 중요한 핵심기술들이 포함된다. 우선 나무의 연소기술이다. 우리가 나무를 에너지로 쓰기 위해 1960년대 방식으로 돌아갈 순 없다. 보급 연소기술이 필요하다. 완전연소에 도전할 수 있는 시설이 돼야 하고 가스나 기름보일러 못지않게 편의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다. 

나무를 썼는데 효율이 많이 떨어져서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가 85% 이상 효율을 내는데 그것만 못하다면 경제성도 저하된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기술이 필요하다. 열을 보냈을 때 85도짜리 열을 보낸다 해서 방바닥이 85도 일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이것을 교환하는 시설이 필요하다. 아주 효율이 높은 교환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모든 시설을 중앙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제어통제기술이 가능해야 한다. 상당한 고급기술들이 접목된다. 올해 12월 말 설계가 끝나면 내년 2월 시공에 들어간다. 내년 12월에는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실패사례만 보여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료공급 측면이 우선 어렵다. 우리가 기름보일러를 보급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름을 사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누군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기름을 공급하는 역할, 즉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연료공급센터가 우리나라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공급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연료공급센터가 없다는 것은 연료를 정기적으로 확보할 방법은 물론 기술과 시설의 측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인프라를 다 갖춰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 언론과 인터뷰 하고 있는 이승재 대표.  
▲ 언론과 인터뷰 하고 있는 이승재 대표.  

바이오매스, 정치 논리보다 ‘사회공동체’ 접근 바람직

그래도 마을 중앙난방을 하기 위한 마을 에너지사업 아닌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중앙난방을 하는 곳인데 대규모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소규모로 할 때 지역난방공사가 들어와 운영할 수도 없어서 마을 주민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을 쓰는 사람들이 에너지협동조합을 구성해서 그들 본인의 사업을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농촌은 나이 많은 분들이 많고 기술적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러니 이분들을 데리고 중앙난방을 하자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업이 진행되려면 국내 관련 기술들이나 시범사례가 충분히 있어야 할 텐데. 

-난방 기술도 복지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선진국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4개 마을 중 제대로 기간을 지키며 사업을 하는 곳은 충청북도 괴산밖에 없다. 특히나 강원도 횡성은 설계까지 마치고 사업 자체를 접었다. 설계까지 마치고도 끝냈을 만큼 이 사업은 사실은 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있다. 

현 정부의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어떤 정부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바이오에너지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분야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설비만 해놓으면 되는 사업이면 시민단체와 부딪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사업은 배출가스도 있고 이러한 문제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바이오매스는 정치적 차원보다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연구소 등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산업에서 꽃은 회사다. 민간기업의 기술협력이 결국 산업을 끌고 간다. 

탄소중립과 바이오매스, 그리고 임학을 평가한다면. 

-지열, 태양열, 바이오매스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정 정도 열 부분을 차지해줘야 탄소중립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런 만큼 재생열의무사용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 등이 가정의 5대 에너지인데 이때 비중이 큰 것은 열이다. 이 열을 무시하고는 탄소중립은 무의미하다.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위한 탄소배출 권고 등의 엄격한 제도를 예고하고 있는데 우리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있어 역행하고 있다. 우리도 국제기준에 맞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바이오에너지 분야도 그렇다. 전공자가 없다. 임학에서 연소 분야는 가르치지 않고 연소는 화학과에서 가르치는 학문이다. 또 연소화학에서는 나무의 특성까지 가르치지 않는다. 이 분야의 전공자가 없는 이유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바이오매스라는 비전공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게 점점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폴리텍대학에서 바이오매스 관련 전공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탄소중립과 바이오에너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이승재 대표

수익 사회 환원 기회 만드는 게 꿈

‘성공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남다른 각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앞에 펼쳐진 충북 괴산군 사업을 멋지게 진행 할 것이다. 이건 나한테 지난 17년 동안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것을 성공시키는 게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성공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사례를 보기 위해 전부 유럽으로 가고 있다. 유럽에 가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내 목표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품 생산 쪽은 아니지만, 관련 연소 분야에서 제품이 나오도록 연구에도 집중해 보고 싶다. 나한테 투자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기회를 만드는 게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자세다. 

아울러 내가 이 일을 일찍 시작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서 우리나라 바이오매스사업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바이오에너지 산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지켜보는데, 말하자면 이 분야의 포레스트 검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시범사업이다. 시장이 열리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내 역할은 시범사업을 잘 해내는 것이다. 한 개의 바이오에너지마을을 만드는 것까지가 나한테 주어진 일이다. 이 시장이 얼마나 늦게 열리는지를 알기 때문에 내가 이 사업을 가지고 모든 시장을 열고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내 나이 55세가 되면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시간은 5년이라는 생각으로 뛰겠다. 

설동본 대표기자 

황상규 ESG-강소기업센터 소장

dbseol@hanmail.net/ngo@ngo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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