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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의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예산 165억 '전액 삭감'

서울시, 혁신교육지구 예산 전액 삭감하고 서울런 예산은 대폭 증액
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민관학 거버넌스 차질 예상
서울혁신교육지키기 비상공동행동, 교육예산 삭감 철회 서명운동 착수

  • 기사입력 2022.12.05 13:53
  • 최종수정 2022.12.05 21:20
  • 기자명 이영일 기자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로고. [사진=서울시교육청]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로고. [사진=서울시교육청]

서울시가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이하 혁신교육지구)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결정했다.

뒤이어 서울시의회(교육위원회)에서도 지난달 29일 열린 2023년도 서울특별시교육비특별회계 본예산(안) 예비심사에서 혁신교육지구 예산 165억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란?

혁신교육지구는 어린이·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구로구와 금천구에서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당시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서울시 혁신교육지구 통합 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

지난 2019년 1월 16일,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열린 서울형혁신교육지구 2단계 협약식 한 장면. [사진=이영일 기자]
지난 2019년 1월 16일,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열린 서울형혁신교육지구 2단계 협약식 한 장면. [사진=이영일 기자]

2015년에 들어 혁신지구형 7개 자치구와 우선지구형 4개 자치구, 총 총 11개 자치구가 이 혁신교육지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9년 2단계에 접어든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공교육 혁신을 기반으로 시작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마을과 학교의 상생을 통한 청소년의 성장 동력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 모델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2019년부터는 자치구 당색을 떠나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가 참여했고 지방의 경우도 10개 이상의 시·도 약 130여 지역이 다양한 교육 혁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오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를 잘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 시장은 대신 자신의 역점사업인 서울런(Seoul Learn)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서울시의회는 혁신교육지구 사업뿐 아니라 학생의 수업과 건강, 안전과 직결된 예산을 포함해 총 5,688억원을 삭감했다. 이를 삭감한 서울시의회 교육위는 13명 위원 중 9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결국 박원순표 지우기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교육위 부위원장)이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및 주요 교육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교육위 부위원장)이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및 주요 교육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혁신교육지구 예산 삭감에 반발 확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교육위 부위원장)은 이번 시의회 삭감에 대해 “시민의 눈높이와 상식의 기준에서 크게 어긋난 삭감안이다”라고 주장하며 “여야를 떠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입법기관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예산안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2023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예비심사에서 삭감된 그대로 심사 의결되면 내년에 학교 현장은 사업추진과 운영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도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혁신교육지키기 비상공동행동도 혁신교육지구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이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위기나 퇴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위험 천만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삶과 미래는 정치적 줄다리기나 정당의 갈등에 의해 훼손되거나 피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공동행동은 “현명한 농부는 극심한 가뭄과 빈곤에도 씨앗을 먹어 치우지 않는다. 밥상이 맘에 안 든다고 곳간에 불을 지르지 않는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선진교육으로 가는 길이며 경쟁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녀들을 살려 내려는 노력이다.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자기 눈에 싹이 안 보인다고 밭을 갈아엎을 수는 없다”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교육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서울혁신교육지키기 비상공동행동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교육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사진=비상공동행동]
서울혁신교육지키기 비상공동행동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교육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사진=비상공동행동]

서울시의회가 삭감한 내역은 다음과 같다.

▲ 학교 기본운영비 증액분 1,829억원 대폭 삭감 ▲ 학교 불법 촬영 예방 예산 2.7억 삭감 ▲ 석면 관련 예산 삭감 ▲ 생태전환교육, 먹거리생태전환교육, 생태전환기금 삭감 ▲ 학교 밖 청소년들의 지원금인 교육참여수당 삭감 ▲ 교원 1정 자격 연수 및 초·중등 교장 자격연수비 삭감 ▲ 더불어키움(공영형)유치원 운영비와 인건비 전액 삭감 ▲ 디벗(924억 원) 사업 예산과 학교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자칠판(1,590억 원) 설치 예산 전액 삭감 ▲ 도농교육교류 관련 사업 예산 전액 삭감 ▲ 농촌유학 사업비 기금운용계획안 삭제 및 기금 전출금 감액.

2021년 5월 24일 열린 2021~2022년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중앙운영위원회 한 장면. [사진=이영일 기자]
2021년 5월 24일 열린 2021~2022년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중앙운영위원회 한 장면. [사진=이영일 기자]

혁신교육지구는 민과 관, 학교가 삼위일체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설계 단계부터 협의와 소통을 통해 교육이 학교에서만이 아닌, 지역사회 변화와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주민이 스스로 견인해 낸다는 소위 교육공동체 운동이다. 공교육 혁신, 교육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교육격차 해소 등의 과제가 민관학 거버넌스속에서 진행되는 파격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혁신교육지구는 민간주도형 교육운동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교육청과 자치구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다. 그 핵심은 마을교육생태계 조성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청소년에 대한 성장 조력이라 할 수 있는데, 청소년을 마을에서 끌어안기 위한 마을의 변화와 학교와의 협력 과정에서 민·관·학의 고유 특성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이 초기부터 현재까지 강조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이번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마을’이라는 단어와 함께 ‘박원순표’를 지우려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의 편협한 조치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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