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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맹수는 뿔이 없다

  • 기사입력 2018.06.08 09:38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칼럼니스트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과장된 몸짓이나 위장으로 허세를 부린다. 도마뱀은 목도리를 펼쳐 크게 보이려 하고, 하마는 입을 크게 벌려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며, 어떤 동물은 색깔을 변화시켜 천적을 물리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실제 가진 것보다 훨씬 크게 과장된 몸짓을 보인다. 이것은 생존 본능으로써 자신을 지키려는 방법을 찾아 수많은 시간을 거쳐서 진화한 결과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가시가 아닌데도 가시처럼 보이게 하여 동물의 공격에서 벗어나든가 아니면 냄새를 심하게 풍겨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몇 배로 생존을 늘려나간다. 이와 같은 능력은 일부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동물 중에서도 가장 진화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을 벗어나 상대방은 어떻게 되든 나 자신만 살아남으려는 수단으로 허세를 부리는데 그 과정이 대단하여 끝을 짐작하게도 하고, 심지어 상대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폭력과 죽음에까지 이르게도 한다. 이처럼 사회의 큰 모순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게도 된다. 경제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속이고 물어뜯는 것도 서슴지 않는 게 인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선거는 남에게 인정받아 어떠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득표 활동이다. 이때는 오직 상대방은 없고 자신만 존재한다. 그 어떤 인물도 자신에 견주어서는 안 되며 오직 혼자만의 존재로 주목받아 이겨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다. 중상모략은 물론이고 심지어 없는 사실을 만들어 공격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공격에는 받은 만큼의 몇 배로 갚는 등 이런 방법을 동원하여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에게 모자라는 부분은 슬쩍 감추고 조금이라도 내세울 점은 주목받을 욕심에 최대한 부풀려 집중적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또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여론을 조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허세가 과연 얼마나 갈까.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살펴보면 사슴. 임팔라. 양. 순록 등 수많은 초식동물은 뿔이 달렸다. 절대로 다른 동물을 공격하지 않으며 천적들에게도 대항하지 않는데 다만, 위엄을 나타내는 큰 뿔이 머리에 우뚝 솟아나 위용을 과시한다. 순전히 허세다. 맹수들에게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작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번식 기에 수컷끼리의 경쟁을 위하여 잠시 필요할 뿐이다. 사슴이 뿔 크기를 자랑하다가 맹수들에 쫓겨 도망치면서 나뭇가지에 뿔이 걸려 잡혔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우화가 아닐 것이다. 이에 비교하여 고양잇과의 맹수들을 보면 사자. 호랑이. 치타. 표범 등 많은 맹수는 허세를 부리는 뿔이 없다. 뿔이 없는 동물이 뿔 달린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그만큼 순수하다. 그래서 자연대로 살아가란 말이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가장 순수한 삶이다.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각 지방에서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후보들이 연일 새로운 정책과 자신만의 배경과 특기를 발표하며 최대한 허세를 부린다. 유권자 대부분이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공약을 쏟아 내면서 자신이 최고라고 야단들이다. 이럴 때 과연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가. 우선순위가 허세를 가려내는 일이다. 풀만 뜯어 먹는 초식동물인데 큰 뿔만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상대방에게 위협을 주려고 배경을 과시하며 능력을 과장한 것이 아닌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현대는 숨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온갖 매체를 통하여 나오는 정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허세를 가려낼 수 있다. 과거를 감추지 못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일시적인 허세를 가려내지 못할까. 맹수는 뿔이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고 진정한 맹수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것은 현명한 유권자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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