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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시대, '삶의 질' 개선으로

  • 기사입력 2018.07.06 09:34
  • 기자명 발행인

‘주52시간 근무제’가 7월 첫 월요일인 지난 2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본격 시행됐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결과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은 2021년 7월에 적용된다. 이제 한 주에 52시간 넘게 일하면 불법이고, 이걸 신고하면 해당 기업 대표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생산성 향상의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제 우리에게도 '사람다운 삶'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이렇게 ‘법’으로 개인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는 목적은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데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겐 일과 삶은 양극단에 서 있다. 그래서 이제 ‘법’이 우리 삶에 개입해 ‘저녁이 있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단축은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근로자는 급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더욱이 업종과 기업마다 근무여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시행 초기에는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이 빚어질 수도 있다.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보완 대책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아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장 3개월로 제한하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김영주 장관은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밝힌 ‘근로시간 위반 처벌 6개월 유예’ 방침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미 시행됐는데 처벌을 할 것인지조차 정부 내에서 의견이 다르다. 기업들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의 시대적 요구와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노동자들도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과 자기계발이 가능해졌다고 반기고 있지만 노동 강도가 높아지거나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이대로라면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굶는 삶'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도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주 5일근무제 역시 처음 시행할 당시에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과 불안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제도가 현장서 잘 안착돼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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