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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순 시인, 시집 『숨은 벽』 출간

"자연의 이법을 인식한 내면풍경과 자아의 탐색"

  • 기사입력 2018.07.11 13:31
  • 기자명 차성웅 기자

문단 안팎으로 시인과 독자가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인간 고유의 서정성이 살아나 말라가는 감성을 올바르게 끌어올릴 수 있으며, 서정을 바탕으로 인간성 회복이 가능할까.

이것은 언어의 머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시인이나 작가들의 공통된 과제다. 낭만적인 시가 너무 서정성으로만 치달아 문명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고, 새롭게 변화하는 의식구조에 맞춰 언어도 새로운 방향으로 창조되고 인간 본연의 감성을 과학적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새 물결의 흐름 속에 시 속의 언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변하여 독자와 시인의 간격이 멀어진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아직도 꾸준하게 인간성 회복의 언어를 갈구하며 서정성을 잃지 않고도 시의 기본 틀을 한층 새롭게 가꾸는 시인들이 나타나고 있어 문단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 임경순 시집『숨은 벽』


임경순 시인의 시집 『숨은 벽』(시문학사 출간)은 제1부 '당신 참 낯설다' 제2부 ‘용수에 고인 꽃술을 뜨다’ 제3부 ‘마음 벽에 쓰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정과 인간성 회복에 따라 자신만의 내면 이미지를 성실히 일구어 탄생시킨 시집이다.

시집 서문에서 함동선(시인, 중앙대 명예교수)은 “임경순 시인은 지성으로 제어된 견고한 이미지보다 그 나열을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정지용이 '안으로 열하고 겉으로 서늘' 함이 ‘시의 위의’임을 깨달을 만큼 남다른 시적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은 감정의 넘침과 정서의 넘침을 견제하기 위한 자기방어였던 것이다”

또한 “임 시인의 시는 자연의 이법을 희구하는 어머니의 시작법을 인식하고 삶을 자아화한 내면풍경이다. 그가 문학수업과정에서 ‘안으로 열하고 겉으로 서늘’ 한 시의 위의를 알아본 것은 앞으로 우리 시의 방향제시라는 점에 고무적이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우리 시의 서정과 인간성 회복은 우리의 근원적인 언어다. 하여 오늘날 우리 시의 서정은 현대만큼 확대되고 질이 바뀔 것이다. 이것이 시의 존재론일지도 모른다”라고 평했다.

시집 해설에서 김석환(시인, 명지대 명예교수)은 "임 시인은 ‘만인 평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군중으로부터 이탈하여 그 ‘사이’ 또는 ‘틈’에서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듣고 자아를 성찰하며 주체적인 삶을 기획한다. 임 시인의 시가 독특한 어법을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고유한 삶의 자세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일상의 ‘여백’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의 존재자들과 관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으려는 실존적 노력을 보여 준다“

그리고 "지금은 ‘기호’가 홍수를 이루며 ‘실재’를 떠난 수많은 ‘빈말’들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어지럽히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대이다. 임 시인은 모두 남이 말하는 대로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며 함께 발을 맞춰서 달려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혼란한 현실에서 고요한 ‘빈자리’를 지키며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다”라고 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는 결코 난해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읽고 감상할 수 있으나, 그 뒷면에 숨어있는 자아 탐색이 깊이 자리 잡고 있어 가볍지 않은 성찰의 기회를 맛볼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 휴식과 희망이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시 「숨은 벽」

백운대 인수봉 사이
간절함이 숨어 있다
여름 끝 가을 문턱 사이
그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계곡 징검돌 사이
망설임이 숨어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사이
긴 포옹이 숨어 있다
칡꽃 달맞이꽃 사이
짧은 입맞춤이 숨어 있다
숨쉴 때마다 결린다
바람에 살점 물어뜯기며
까마득히 숨어 있는
저 벽의 침묵



▲ 임경순 시인

<임경순 약력>
-경기도 김포 출생
-국문학과·청소년 교육학 졸업
-월간 <시문학> 시 등단
-어울 문학동인회
-혜화시 동인회 회원
-하성중학교 방과후 교사
-시집: ‘숨은 벽’ 외 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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