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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허리 휘는데 이자장사로 돈 버는 은행들

  • 기사입력 2018.08.03 09:33
  • 기자명 발행인

가계는 빚으로 신음하는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 수익이 10조 75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나 늘어났다. 10조 원을 넘긴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당기 순이익도 모두 1조 원을 넘어 4대 은행이 나란히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렇게 낸 수익으로 은행 임직원들은 연봉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올해 은행장들 연봉은 10억 원 안팎,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처럼 사상최대 이익을 올렸다면 당연히 축하해야할 일이지만 문제는 이런 성과가 발 빠른 대출금리 인상과 느린 예금금리 인상의 차이를 이용한 단순 이자장사의 결과라는 것이다. 은행들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80%를 넘는다. 올 2분기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는 2.35% 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2.30% 포인트보다 확대됐다. 은행들이 금리가 오를 때 예금 금리는 찔끔 올렸지만 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높인 탓이다.

반면 가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부담으로 인해 파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 가계는 15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빚에 눌려 있다.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올해 상반기 평균 0.06~0.15% 오르는 등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1468조 원) 기준으로 금리가 1% 인상되면 이자는 15조 원 늘어난다. 은행들의 가계 대출 비중은 늘고 기업대출 비중은 감소하는 이유는 가계 대출의 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고 연체 관리도 쉽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부당하게 대출 금리를 책정하는 ‘대출사기’를 하다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를 축소 또는 누락해 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 적발됐다. 이는 여러 지점에서 비슷하게 이루어져 고의적인 금리조작 혐의가 짙다. 또 퇴직연금에 의도적으로 저금리 상품을 끼워 고객들에게 지급할 원리금 부담을 낮췄다는 의혹도 있다. 대형 시중은행 6곳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은행만 이렇게 호황을 누리는 건 결코 정상일 수 없다. 경제의 신경인 금융이 공공성을 잃고 전당포 영업에만 급급하다면 경제혈맥이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줄여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대출과 고용을 늘리는 금융 본연의 선순환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자금 중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은 지금과 같은 은행의 독점적 과점체제를 경쟁적 시장구조로 바꾸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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