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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부동산대책, 종합적인 정책 내놔야

  • 기사입력 2018.08.31 13:41
  • 기자명 발행인

국토교통부가 고삐 풀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8.27 부동산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대책에는 서울·수도권에 14개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가 추가로 조성되고,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 등 4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경기도 광명·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각각 지정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과열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추진 계획이 서울 집값 급등을 불렀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주택시장 안정 때까지 계획 추진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번 대책은 과거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정부는 7월 ‘신혼희망타운 조성계획’ 발표 때 공개한 14곳의 신규 택지 외에 이번에 30곳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은 44개 지구에서 36만여 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8·2대책 때 정부는 투기지역 지정과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을 뿐 1년이 지난 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원상회복했거나 작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장기적인 공급 확대 없는 단기적 수요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은 물론 심리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대부분의 주체가 서울 집값은 계속 뛸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시중에는 유동자금도 풍부한 상태다. KB금융지주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부자들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에 '올인' 중이다.

또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KEB하나은행의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프라이빗뱅커(PB) 손님 8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보유주택 중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에 불과했다. 현재 보유중인 투자용 부동산 자산을 향후 2~3년 내에 매각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58.6%로,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대비 약 3배나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85.6%는 거주용이 아닌 투자목적의 주택을 최소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자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지금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억제 중심이었다. 뒤늦게나마 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공급 확대를 통해 보완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과 소비자가 선호하는 수도권 지역에 가시적인 공급 계획을 발표해 집값 상승 불안 심리를 선제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또한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세금으로 환수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부동산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 강화 등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집값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당장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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