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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이옥, 깃털 빠진 말

  • 기사입력 2018.08.31 13:43
  • 기자명 이 옥


깃털 빠진 말
이옥


꽃잠은 꽃 꿈을 꾼다

날개는 움츠리고 펴며
하늘은 떠받치는 날것들

까투리와 장끼울음은
산을 헤엄치고
개미떼는 절구통을 옮긴다

나무그늘이나 사람그늘이나
그늘 속에 것들은 다 알지어다

평지에는 지성도 감천도 없다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창조주가 설계하고 제작한 자연의 세계는 순환의 논리에 따라 생과 멸,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까투리는 암꿩이고 장끼는 수꿩이다. 암ㆍ수 한 쌍이 푸른 숲속을 날며 사랑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창조주 섭리에 따라 종족보존의 시간을 즐길 것이다. 시인은 개미떼가 절구통을 옮긴다고 했다. 과장법 치고는 애교 넘치는 표현이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모여 단단한 시멘트 바닥도 뚫듯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도 같다. 도랑물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모여 개천이 되고 개천이 모여 강이 되고 그리고 바다로 몸집을 키운다. 시인은 시치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바위처럼, 산으로 올리고 굴러 떨어지면 또 바위를 올리는 끝없는 도전정신을 피력하고 있다. 평탄한 삶에는 느낌표가 없다. 그늘 속에 음지 속에서 피어나는 야성의 그 한 송이 꽃이 향기롭고 아름답다고 화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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