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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폐교중심의 구조조정정책 전환 및 대안 제시 촉구

  • 기사입력 2018.10.11 13:42
  • 기자명 김진혁 기자

▲ 10월11일부터 국회앞에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합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진혁 기자
-강사업의 조속한 입법과 예산 배정 및 시행령 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 촉구
- 대통령 공약, 공영형 사립대 예산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영해야
-대학과 지역, 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학구조조정 정책 전환 필요
-고등교육 개혁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촉구
- 사학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 금지를 규정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법제화 요구



10월 11일부터 국회의 교육분야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합은 교육부 국정감사 시작에 따라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당면한 고등교육현안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촉구해다. 아울러 이들은 이날 국정감사가 끝나는 29일까지 국회 앞에서 농성투쟁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을 거치면서 대학의 황폐화와 교육기반의 붕괴를 경험한 대학 구성원들의 고등교육 개혁과 대학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는 매우 절박하다"며, "문재인 정부도 역시 이러한 대학의 현실에 공감하였기에 대선공약을 통해 고등교육 장기발전계획의 마련을 통한 대학개혁 추진의 입장을 밝혔다"면서, "사실상 개혁의지가 실종된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감을 가질 정도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없다. "고 주장했다.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박배근 공동의장 © 김진혁 기자



박배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은 "이 위기는 흔히 주류 언론이 이야기 하듯이 대학교수들이 공부와 연구를 안해서, 대학교육의 질이 낮고, 그래서 대학 졸업생들의 수준과 실력이 형편없어서, 또한 연구의 수월성이 떨어져 한국의 대학 교수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공동의장은 "현재 대학 위기는 한국의 대학이 대학이 대학답게 제대로 서지 못하기 때문이며, 특히, 국가와 자본의 권력에 대학과 대학인들이 굴종하게 만드는 구조가 대학을 위기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상황, 견제되지 않은 사학 권력과 그들의 비리, 서열화된 대학체제, 기업화되어 교육적 가치 보다는 이윤과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 등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위기의 핵심적 내용들이다. 이번에 어렵사리 합의된 강사법의 조속한 입법과 그의 실행에 필요한 예산의 배정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본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공동의장은"국공립대의 비중이 극히 낮아 사학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한국 대학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은 대학 위기 해소의 필수조건이기에, 이를 위해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의 조속한 재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교육단체들이 주장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제시한 공영형 사립대학의 추진을 위한 예산의 배정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형 사립대학은 사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고 동시에 사학의 투명성,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다." 고 말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진혁 기자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대학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국회와 교육부가 당면한 고등교육 현안에 대해서부터 조속하고 우선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대학위기에 대한 국회와 교육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한다!

1. 새로운 강사법 개선안(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0월10일 이찬열 의원(국회 교육위원장, 바른미래당)을 대표로 하여 입법발의 되었다. 본격적으로 입법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법안 발의에 여러 정당 소속 의원들이 함께 하였고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통과 전망도 밝은 편이다. 대학과 강사 측 위원들 그리고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18차례나 회의와 공청회를 열어 합의한 개선안의 내용이 변질 없이 거의 그대로 법안에 담겨 있기도 하다. 따라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방의 입장만 추가하여 합의안을 무력화하거나 의도적인 ‘정쟁’만 벌이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사회적 난제 중 하나였던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약간의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주요 축으로 하는 새로운 강사법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부 대학들이 파행적 대학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재정 부담을 핑계로 ‘강사 제로화’를 선언하며 강사를 대량해고하고 갖가지 풍선효과를 야기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여러 대학들이 강사가 맡아 온 교과목을 전임교원이 더 담당하도록 강요한다거나 강사 외 다른 비전임교원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뜩이나 노동 강도가 증가한 전임교원의 강의부담이 더욱 커지고 교원 지위 없이 강사보다 열악한 처지를 강요받는 기타 비전임교원의 수가 더 증가하는 것은 대학교육과 학문 생태계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산대학은 ‘학과별 강사 시수 총량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학과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도대체 어떤 기준과 명분으로 이걸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는 없다. 좀 더 우려되는 가시적인 움직임은 ‘졸업학점 축소’, ‘교양이수학점 축소’, ‘사이버 강좌 확대’ 등이다. 한마디로 강좌의 수를 축소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면적인 강좌의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등록금은 깎지 않고 학생의 수업권만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꼴이고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강사법이라는 보약을 지어줬더니 그것을 변질시켜 독약을 만들어버리는 곳이 작금의 대학은 아닌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대학의 편법이 심화되지 않도록 강사법 개선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관련 예산을 배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 장관 역시 강사법 개선안에 담겨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합의안이 하루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TF를 구성하고 대학들의 편법적 운영이 추후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교육부는 조속한 입법과 예산 배정 및 시행령 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더 이상 대학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사학중심의 고등교육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학비리, 과도한 등록금 부담, 극심한 대학서열화는 사립대 위주의 고등교육체제에서 오는 부정적 현상이다. 공영형 사립대학을 포함한 대학체제개편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연계한 한국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며 고등교육과 관련한 핵심공약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출한 공영형 사립대 시범사업 예산 812억 원은 전액 삭감되었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에는 민주공화국에 있어 “우리에게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응답이 내장되어 있다. 또한 대학서열구조의 완화, 경쟁적 대학입시제도 혁신, 대학의 공공성 강화, 고등교육의 여건개선, 사학비리의 근절, 대학의 사회책무성 등 그 동안 누적되어 왔던 한국대학의 온갖 적폐들의 청산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니 만큼 하반기 예산편성 시 반드시 관련 예산을 반영하기 바란다.

3. 현재의 대학구조조정은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정부가 사전에 마련하고 추진해야만 한다. 공적 영역인 대학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주도의 대학구조조정이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사전에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안 없이 무작정 폐교부터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전면적 방향전환이 시급하다. 대학평가와 연계한 폐교 방식의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대학폐교가 지방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학 폐교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의 틀을 허물고 지역의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대학기본역량 진단은 최대 40%의 대학을 부실대학,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규정하고 이들 대학을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 제한 등의 조치로 ‘낙인찍음’으로써 입학생 급감에 따른 수입 감소와 재정운영의 어려움을 유발하여 폐교의 위험으로 내모는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평가와 연동한 대학폐교가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가급적 대학을 살리고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인근 대학과의 통·폐합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대학과 지역, 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4. 단순히 대학에 대한 정원조정을 넘어 공공성 강화와 고등교육의 올바른 개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국가의 책무성 강화가 필연적이다. 우리나라는 등록금에 대한 국민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OECD 회원국가 중 학생대비 교원확보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대부분 대학이 국내 법정기준 교원확보율도 지키지 못하고 있고, 교육 여건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의 공공성 확대와 질 높은 고등교육을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게 주된 이유다. 따라서 국민의 고통 경감과 대학의 공공성 강화,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원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대통령이 공약에서 밝힌 것처럼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충분한 고등교육예산의 확보를 위해 초중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대해서도 시급히 교부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하기 바란다.

5.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사립대학은 전체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고등교육이 정부 책임 하에 있지 않고, 사학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립대학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권의 비호 아래 수 많은 비리사학이 창궐했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약 60개 학교에 대해 정상화라는 미명아래 대부분 사학비리를 저지른 자들에게 학교의 운영권을 되돌려 주는 결정을 하면서 고등교육이 또 다시 피폐한 상황에 처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임원취소 또는 해임된 사학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 금지를 규정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제도 도입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부나 국회 모두 법률 개정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없다. 사학의 투명성과 민주성,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2018년 10월 11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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