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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단체,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에 낙태죄 폐지 캠페인 벌여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

  • 기사입력 2018.12.02 09:40
  • 기자명 차수연 기자
“국가는 인구증가가 억제되어야 할 때는 낙태버스를 돌릴 정도로 법을 사문화시키고, 저출산이 문제가 될 때는 낙태죄를 들어 여성을 협박했듯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여, 여성을 인구 조절의 도구로 쓰고 있다”

[한국NGO신문] 차수연 기자 = 인권운동사랑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21개 인권, 여성, 정당 단체들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매년 11월 25일~12월 1일))을 맞아 11월 28일 수요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제하의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21개 인권, 여성, 정당 단체들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11월 28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제하의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낙태죄폐지 국민청원 이후 문재인 정부는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 바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처리하여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과 처벌을 강화하였고,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시술 전면파업을 선언하여 안전한 진료와 시술환경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교체를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 퍼포먼스는 사진과 영상 등으로 기록되어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을 기념하는 세계 각국의 행동 소식과 함께 전 세계에 공유된다.

형법 제269조제1항과 제270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낙태의 죄’는 1912년 일제의 의용형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간 한국사회는 임신 당사자의 임신중지 결정을 처벌하면서 한편으로는 ‘모자보건법’을 통해 우생학적 목적에 부합하는 임신중지는 허용해 왔다.

모낙폐는 “‘낙태죄’ 존치의 역사는 국가가 인구관리 계획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의 도구로 삼아 생명을 선별하려 했던 역사이며, ‘낙태죄’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성관계, 피임,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불평등한 조건에 있는 모든 이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낙태시술 금지 강화와 낙태파업 앞에서, 여성들이 엄청난 금액의 비용을 부담하거나, 브로커로 인한 2차 피해를 입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한 불법유통약물의 수요증가만 보더라도 이것이 여성의 몸과 존엄성에 대한 폭력임은 자명하다며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낙태죄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폐지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삶에 대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과 책임을 강화하는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여성들을 처벌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장애나 질병, 연령, 이주, 가족상태,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이 출산 여부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여건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모낙폐는 이날 기자회견 후, 10,459명의 ‘낙태죄 폐지’서명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으며, 11월 29일부터 2019년 3월 8일까지 100일 동안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와 국제 서명 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모낙폐는 10,459명의 '낙태죄 폐지' 서명을 현법재판소에 제출했다.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여 여성에 대한 국가 폭력의 역사를 끊어내라!

기자회견 첫 발언에 나선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가는 인구증가가 억제되어야 할 때는 낙태버스를 돌릴 정도로 법을 사문화시키고, 저출산이 문제가 될 때는 낙태죄를 들어 여성을 협박했다”며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여, 여성을 인구 조절의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의료시스템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관련 보건 의료 정책이 통째로 비어있다는 것은 경악스러울 정도이며,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임신중지가 일어나는지 그 통계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신 위원장은 그러면서 “낙태죄 때문에 여성은 제대로 된 의료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고 사망과 후유증,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생명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도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인권, 신체권, 재생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국익이며 누구를 위한 생명인가?”라고 반문하고 “낙태죄는 명백한 국가 폭력이자 국가의 책임방기”라고 비판했다.

황지성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은 “한국 개발독재국가는 낙태죄가 존재하기에 모자보건법으로 낙태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여성이라는 인구집단을 정상적인 여성과 비정상적인 여성들로 이분법적으로 분할시켰다”고 지적하고, “저출산이라는 인구위기 담론이 지금 여성들에게 낙태죄의 존재를 ‘새삼’ 일깨우고 있는 것처럼, 국가는 애초에 집합적인 인구를 통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국가들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빈민 등 ‘비정상’이나 ‘비생산적’ 인구에 대한 강제불임이나 재생산 금지의 폭력은 초국가적인 경향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흑인 삶도 중요하다> 캠페인 사례를 들어, “미국은 흑인 집단에게 시행한 강제적 단종시술과 재생산 금지라는 역사적 현재에 기반 해 있으며, 또한 미국에서 감옥에 수감 중인 여성들 상당수가 강제불임 시술을 받도록 강요받고 있고, 심지어 구금과 강제불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 캠페인 참석자들은 낙태죄가 남성들에 의해 여성을 협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국가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인구정책, 낙태죄를 폐지하라!”

‘불법인공임신중지’ 단속이 가속화되었던 2010년부터 임신중절관련 상담을 받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 노새 활동가는 상담전화 중에는, 낙태죄를 빌미로 한 남성들의 협박 사례들을 인용하며, “남성들은 여성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하거나, 여타의 소송에서 금전적인 불리함을 상쇄시키거나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고 또는 여성을 계속해서 자신의 통제 안에 두기 위해 낙태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것은 낙태죄가 여성만을 처벌하며,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피임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직 여성에게만 지워 여성만을 사회적 낙인 속에 가두는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새 활동가는 이어 “미투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데이트폭력·가정폭력·직장 내 성희롱·디지털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가 매일같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기민하게 반응하지도, 강력하게 대응하지도 않는 사회, 여성의 이야기와 경험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가 생겼으면 무조건 낳아라’고 말하는 낙태죄의 존치는 그야말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하고 개개인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여성이 임신의 지속과 중단 여부를 고민할 수 있는 사회, 그 고민을 지지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위해,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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