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G20 트럼프-시진핑 미중정상회담 분석

문제 ‘해결’이 아니라 ‘봉합’ 90일 휴전, 트럼프발 불확실성 여전히 남아

  • 기사입력 2018.12.05 15:29
  • 기자명 이성현(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미·중 구조적 갈등 노선 바뀌지 않았다

“매우 성공적(highly successful)인 만남이었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트럼프와 시진핑의 실무만찬회의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며 미·중 양국 정상 간의 개인적인 친분을 다시 강조했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가의 관행적 표현이 다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관건은 협상의 내용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단지 ‘봉합’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90일 휴전’ 후 트럼프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구조적인 갈등 노선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 © 세종연구소

“임시 휴전 (temporary truce)이다.” 회담 종료 후 얼마 안 있어 CNN이 내놓은 평가다. 두 정상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만찬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렸다”고 하며 이를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하지만 박수를 안치고 끝나는 정상회담 만찬자리는 없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원래 예고한 25%로 올리지 않고 현행 10%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조건부 유예임을 밝혔다.

반면에 중국은 “미·중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to reduce the trade imbalance)” “매우 상당한 분량(very substantial amount)”의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산업 제품 등을 구매하기로 미국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으로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not yet agreed upon)”고 하였다.

그나마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가시적인 성과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품을 ‘즉각적(immediately)’으로 수입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이오와州를 포함한 미 중서부의 옥수수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미·중 양국은 한편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s)”에 대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하였다.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오랜 불만 사항들인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업, ▲농산품 등이다.

양측은 앞으로 90일 기간 이내에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endeavor)” 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만약 이 기간 내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현재 10%로 잠정 보류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트럼프 정부가 경고한대로 25%로 상향 부과하기로 했다.

백악관 성명을 이렇게 조목조목 들여다보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전쟁 ‘타결’이라기보다는 CNN이 진단한대로 ‘임시 휴전’ 성격이 짙다. ‘해결’보다는 ‘봉합’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A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미국이 B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그 시간이 ‘90일’로 정해진 것은 ‘최후통첩’으로도 읽힌다.

백악관 성명에서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해서(with respect to North Korea)’라고 언급하면서 한 문단을 따로 할애하고 있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북한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great progress)’이 이루어 졌다는 인식에 미·중이 동의하고,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경(friendship and respect)을 표했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간의 무역전쟁 타결을 목적으로 모인 자리이고, 양국 간의 무역 문제가 이미 몇 개월 동안 미·중 관계를 매우 긴장된 상태로 몰고 온 상황인데 북한 문제는 갑자기 왜 ‘생뚱맞게’ 나왔을까? 그것도 아예 따로 한 문단을 만들어 넣으면서까지 말이다.

오바마 시기 이후 미·중 정상회담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양국이 협상에서 타결 수준이 미미할 경우 회담의 성과 부각 차원에서 미·중이 그나마 서로 동의하는 것을 애써 부각시키려 한다. 그것이 ‘북한 비핵화’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보여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실상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에서 개최된 오바마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이다. 당시 두 정상이 ‘넥타이를 풀고’ 허심탄회하게 미·중 협력의 앞날에 대해 논의하고,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서 미·중이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한국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달랐다.

북핵 문제는 당시 톰 도닐런(Tom Donil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전에 베이징을 방문하여 중국 당국과 사전에 ‘입’을 맞춘 부분이다. 서니랜즈 현장에서 오바와와 시진핑이 의기투합하여 협력하기로 한 것이 아니다. 즉, 미·중 정상회담이 성과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사전 준비’한 정상회담 성과물로 여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시진핑에게 무역 불균형, 특히 중국의 미국 국방부 사이버 해킹에 대해서 강하게 항의를 하였는데, 시진핑이 이에 대해 미리 정해놓은 공식입장만 발언 하는 등 실제 미·중 간의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회담의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이 들어간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되짚어보면, 이번에 미·중 무역 전쟁에 관한 백악관 성명에 북한 문제가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며 올라가 있는 것은 얼핏 우리 한반도인들에게는 좋은 일 같지만, 미·중 협상이 순탄치 않았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중 협상이 양국의 발표와 달리 순탄치 않았음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단서는 중국측 정부가 내놓은 이번 회담 결과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발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된 것인데, 과연 미·중이 같은 회의를 한 것이 맞는지 의아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미국 정부가 언급한 ‘90일’ 협상 기간은 아예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이 강조한 대부분의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 또한 중국이 아닌 미중 “쌍방이 서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동의했다(双方同意相互开放市场)”2)고 적혀있다. 이는 백악관 성명에 없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이번 회담은 정상간 담판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실무진에 공을 넘기는 ‘봉합’ 수준이었다. 앞으로의 전망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90일 휴전’을 선포해서 일단 주식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앞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관건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의 ‘대량 구매’가 아니라 미·중 무역 관계에서 본질적인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s)”에 대한 협상을 과연 90일 동안 타결할 수 있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미·중이 충돌로 갈 때 한국외교가 준비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진다. 어렵고 힘이 더 들더라도 신중한 쪽으로 준비하는 것이 미래에 남는 것이다.

<이 글은 세종연구소의 ‘세종논평’에 실린 글로 저자의 승낙을 얻어 게재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