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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함동선, 자작나무·5

  • 기사입력 2019.02.08 09:50
  • 기자명 함동선

자작나무·5

함 동 선

해가 웃을 때
폭풍이 뒷걸음질 치는 걸 보고
긴긴 겨울
바늘로 연못을 팠죠
입춘 날
해를 바가지로 떠 끌어안고 싶었죠
사랑에 미쳐도 잎이 나면
생(生)과 사(死) 광합성 길 위에서
그리운 편지 띄워야죠

김기덕 시인의 시해설/함동선 시인의 「자작나무·5」는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을 연상케 한다. 잎이 진 겨울 자작나무 숲은 하얀 뼈들이 모여 있는 죽음의 골짜기와 같다. 자작나무는 태양이 떠오르면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을 알기에 바늘로 연못을 파는 인내심으로 긴긴 겨울을 참고 기다린다고 표현한다. 그 햇빛은 죽은 자들을 살리라 생기들에게 대언하여 이른 진리이고, 생명이며, 사랑이다. 에스겔 골짜기와 같으며, 겨울 자작나무 숲과 같은 현실을 향해 함동선 시인은 선지자적인 혜안으로 사랑을 외친다. 바가지로 떠서 끌어안고 싶은 해의 존재는 하트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그 사랑은 나를 내어주는 사랑이며, 죽을 만큼 사랑하는 희생이다. 햇빛이 사라진 겨울이 죽음의 골짜기와 같은 것은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도 생과 사의 광합성 길 위에 놓여 있어서 진리를 받아들이고 사랑을 실천함으로 생명의 길을 갈 수 있지만, 자만의 양분과 현실적 공기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그래서 광합성 길 위에서 우린 태양을 향해 그리운 편지를 띄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작은 태양이 되어 겨울 자작나무 숲 같은 세상을 돌아봐야 한다. 죽음과 같은 현실에 놓인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함동선 시인의 「자작나무·5」는 명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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