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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NGO신문 2019년 신춘문예, 김정범 「북극여우에게」 당선

  • 기사입력 2019.03.04 10:04
  • 기자명 김해빈 객원기자

2019년 제3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서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가 당선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년에 이어 신춘문예 공모 작품이 전국 각 지역에서 응모되었다. NGO신문 신춘문예의 특징은 기성 시인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최종심사에서 이 규정을 적용하여 당선작을 선정하였는데 응모작 중 현대시를 새롭게 재해석한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인류의 자연 파괴로 지구의 온난화가 시작되자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그곳의 생명체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이 위험에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한편의 시로 승화시켜 세련되고 탄탄한 구성으로 접근하였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혔다. 이는 한국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고된다.

▲ 2월 20일 신춘문예 예심 진행 모습

전국 각지에서 응모한 720편의 작품 중 우열을 가리기에 쉽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다는 심사위원들의 소감은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2월 22일 안재찬, 이오장, 김선진, 이솔, 김기덕 시인이 NGO신문사에 모여 예심을 실시한 결과 우수작품 17인의 작품 85편을 선정하였고, 이어 2월 25일 오후 4시 조명제(시인, 평론가), 서정윤(시인), 이지엽(시인, 경기대학교 교수) 심사위원이 본심을 실시한 끝에 김정범(남, 58세)의 「북극여우에게」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식은 2019년 3월 15일 오전 11시에 서울시민청 동그라미 홀에서 실시한다.

▲ 수상자 김정범

김정범 약력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학교 졸업
▸풍향계 문학동인

<수상소감>

NGO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가끔 하늘에 떠있는 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몇 세기 후면 우주여행이 제주도를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지구도 우주 속 하나의 별로 존재하고 있고, 어쩌면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푸른 별 지구에 와보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을는지도 모른다. 놓았던 시를 다시 공부하고 쓰기 시작하면서, 지구에 관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인류 모두가 사랑해야 할 지구를 인류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나의 시는 거기에서 출발할 것이다. 학창시절 나의 詩아버지였던 김수영 시인의 말대로 시의 스승은 현실이고, 현실 안에서 시의 해답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조명제 평론가님, 서정윤 시인님, 이지엽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새 인생 설계에 대해 박수로 격려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풍향계 문학동인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새로운 인생을 살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시와 문학에 매진할 것을 다짐 한다. 청년의 마음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벅찬 순간이다.

북극여우에게

김정범

너의 흰 털이 햇빛처럼
방 안에 부서져 내리고 있어
어제 유리창이 흑백사진을 보내왔어
툰드라가 붉은 흙에 파묻히고
잎새 잃은 나무가
뼈다귀로 서 있는 사진
마치 너의 최후인 양, 섬뜩했어
강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어
이끼는 점점 커지고
눈은 쌓이지 않고 녹고 있어
바다는 파도를 밀며
방파제를 넘어뜨리고
천둥은 기계의 도시에
폭우를 때리며 메아리치지만,
모두 편리함에 젖어 기름을 태우고 있어
너를 노리는 사냥꾼이
평범한 내 이웃이라는 사실이
매우 고통스러워
네가 안전하지 않으면 나도 안전하지 않아*
이미 절름발이가 된 너의 다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눈꽃의 중심에 있는 육각형처럼
너의 서식지에 박혀 있는
지구의 눈동자가 보여
작은 것들이 떠가는 게 보여
바람에 묻어온 수증기 몇 톨이
내 심부心府로 들어와서
힘겹게 발전發電을 하고 있어
빙하를 만드는 데 필요할 거야
별을 향해 짖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싶어
지금 멀고 희미한 등불 아래서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어**
너의 마을에 싸라기눈이 흩날리며
내 방에 하얗게 빛나는
침묵의 언어를 뿌리고 있어

* 알렌 긴즈버그의 울부짖음에서 빌림
** 이누이트 : 북극 지역에 사는 원주민

<심사평>

촘촘한 시적 구성과 시상을 끌고 나가는 탄탄한 힘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총 열일곱 분 85편이었다.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당히 높아 심사위원들을 기쁘게 했다.

▲ 2월 25일 신춘문예 본심, 왼쪽부터 서정윤 시인, 이지엽 교수, 조명제 시인

심사위원 일동은 심사의 기준으로 신인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잘 갖추고 있는가, 시적 상상력을 잘 살리고 있는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명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시적 구성이나 소재들이 주제를 잘 살려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이러한 심사기준을 가지고 전체 작품을 윤독하였다. 개별적인 평가 결과를 취합하여 다섯 사람으로 압축한 다음 각 작품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숙의하였다.

이 작품들은 나름대로 구성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잘 갖춰져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여도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 온 흔적이 역력하였다.

신하윤의 「전선 수리공」 外의 작품은 시적 상상력은 탁월하지만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에서, 박경의 「물고기 자세」 外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제 의식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에서 우선 제외되었다. 권수인의 「검은 돌」 外의 작품은 아버지의 노동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픔을 잔잔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김미경의 「식탁에 앉아」 外의 작품은 “꽃향유의 쓸쓸함”을 통해 죽음으로 다가오는 비극적 인식이 배경에 잘 용해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결정을 어렵게 했다.

이에 반해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 外의 작품은 시적 구성이나 시상을 끌고 나가는 힘이 탄탄하였다. ‘북극여우’가 가지고 있는 극한 상황을 통해 불구가 예견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잡아내면서도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는”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높게 평가되었다. 다소 의도화 되어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밀고 나가는 서정의 힘과 한 땀씩 엮어나가는 촘촘한 묘사력에 기대를 걸기로 하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 조명제(시인, 평론가), 서정윤(시인). 이지엽(시인. 경기대학교 교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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