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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판 깨기 차단과 불가역적 탈냉전 평화통일시대 굳히기 나서야”

향린교회 평화소모임 주최, 강정구 전 동국대교수 강연회 열려

  • 기사입력 2019.03.14 12:00
  • 기자명 은동기 기자

-북미 간 상호신뢰가 낮은 상황에서의 일괄타결 방식이 합의 결렬 초래
-중·러·일 참여와 미국자본 투자 유도, 부분적 대북제재 해제 관철, 남북 간 인프라 구축 나서야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지난 2월 27일과 28일 양일간에 걸친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애초의 예측과 달리 양국 정상 간의 합의가 무산되면서 전세계는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회담 당사국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받았을 충격과 허탈감과 낭패감의 정도는 가늠키 어렵다. 북한 못지않게 이 회담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던 한국 정부가 받은 충격과 당혹감 또한 북한 못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세기적 담판이라는 지난해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현안들이 단계적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속설을 과신했던 전세계는 하노이에서의 북미 간 합의 무산에 경악했고, 과연 정상회담 이전의 실무회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정상회담이 실무회담이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상황을 분석하고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0일, 명동 향린교회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 및 과제>를 주제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의 <평화소모임> 강연회를 개최했다.

강 교수는 하노이 정상회담 전후 미국 내외 정치권 움직임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북미 간 대화 지속 가능성 전망과 함께 한반도 상황의 바람직한 전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북미정상 간 합의 무산 책임과 관련, “Small Deal 수준의 잠정 합의문까지 만들고도 회담 ‘결렬’을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면서 “알파 요구는 단계별 상응·동시 행동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현 단계 신뢰수준에서 북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코언 청문회 때문에 합의무산을 위해 트럼프가 고의로 억지 주장인 일괄타결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과 2018년에 한반도에서 탈냉전 평화통일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인식하고, 향후 미국의 정치환경의 변화에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국면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 주도를 벗어나 중국, 러시아 및 일본까지 참여하는 방식의 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강 교수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 강정구 전동국대 교수

예견된 실패, 미국의 의도적 판 깨기

하노이 회담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한 중간수준의 상응적 주고받기 구체화를 통해 포괄적 완결단계인 일괄타결(빅딜 Big Deal)을 위한 징검다리 놓기인 단계타결(Small Deal 또는 Midddle Deal) 과정으로 조기에 높은 수준의 합의가 힘든 중간 수준의 징검다리 합의가 예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 시점을 내년 2-3월 예비선거 또는 6-7월 본선거 시점에 맞추기 위해 하노이 회담에서 성급한 타결을 서두르지 않았으며, 출발부터 미국 내 정치기반이 흔들렸던 트럼프는 북핵 회담을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북한을 향해 비핵화에 상응한 경제적 보상 등 호의적 레토릭을 지속적으로 구사했다.

또한 협상실무진은 정상회담 이전에 폼페이오와 비건을 비롯한 외교당국자들이 종전과 평화선언,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언급했으며, 인터넷 매체 <복스>도 2월 26일, 잠정 합의사항으로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상징적인 평화선언 ▲미군 유해 추가 송환 ▲연락사무소 설치 ▲영변에서의 핵물질 생산 중단의 상응조처로 일부 대북제재 완화 등을 보도함으로써 중간수준의 Small 또는 Middle Deal 추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점진직이고 단계적으로 이행되었어야 하는 필연적 이유는 신뢰수준과 기술적 필요 때문에 점진적, 단계적, 동시적, 상응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평화체제 이행이 불가피했으며, 평화체제 역시 포괄적 평화협정의 합의와 세부사항에 대한 부속합의서 등으로 복잡 다단하여 현실적으로 이들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과 작업이 필요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부분-단계별, 상응-동시적 이행으로 상호 신뢰구축을 통해 양국 간 신뢰가 구축된 후, 빅딜에 의한 로드 맵이 담긴 포괄적 일괄타결이 가능했다.

또 북미 양국 간의 신뢰 정도가 높았다면, 포괄적 합의를 먼저 이루고 세부·실무적 절차 이행과 추진이 가능했지만, 양국의 상호 신뢰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북미 신뢰는 상응-동시이행의 원칙 아래 주고 받기식의 합의와 이행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 신뢰 증진이 가능한 구조였으며, 신뢰증진을 위해서는 Big Deal이 아니라 Small Deal의 징검다리가 필요했고, 비핵와-평화체제 이행 원칙은 부분-단계별 상응-동시 이행의 원칙이어야 하고 이를 통해 일정 정도 신뢰가 구축되면 포괄적 상응-동시 이행의 일괄타결이 가능했다. 즉, 하노이 정상회담의 상황은 북미 간 상호신뢰가 낮아 저수준에 따른 중간수준의 합의가 가능한 구조였다.

합의 무산 후, 북미 양측의 주장들을 복기해 보면, Small Deal 수준의 잠정 합의문까지 만들었던 미국이 단계적 동시행동의 진전에 따라 추후에 수용이 가능한 분강, 강선 등 추가 핵시설에 대해 언급하고,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 WMD 전반에 대한 신고와 폐기를 요구한 것은 비핵화를 넘어선 것이며, 북의 군사역량 전체를 겨냥한 것으로 사전 논의가 전무했고, 현 단계 신뢰수준에서 북측이 수용 불가한 사항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회담 ‘결렬’을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2월 28일 트럼프가 볼턴에게 판깨기를 맡긴 결과,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추론되며, 볼턴의 빅딜문서에 포함되었다는 WMD 문제는 마지막 단계에나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턴의 최근 강경행보는 트럼프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포스트 하노이, 북미회담 지속과 탈냉전 평화통일시대의 불가역적 굳히기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북한이 실망감 속에서도 미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판을 이어나갈 것이며, 핵무력 완성을 통해 73년 만에 만든 천재일우의 기회, 5개년계획과 경제우선론 기조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비핵화 완결은 변경될 수 없는 북한의 목표로 보인다.

미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양쪽은 명백히 대화를 더 나눠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우리가 거의 1년째 해온 대화를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궁극적으론 합의할 수 있을 것” 등의 발언과 문 대통령에게 7차례에 걸쳐 중재 역할을 당부한 점,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훈련의 종료로 북과 긴장을 피하려 한 점,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몇 주 안으로 평양에 팀을 보내고 싶다”는 폼페이오의 언급, 트럼프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유일한 외교업적으로 내년 예비·본 선거를 위한 귀중한 선거전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향후 북미 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전개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은 북미, 남북관계는 현재의 대화가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하며, 2017년의 화급한 전쟁위기 시점으로의 역행을 막고,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탈냉전 평화통일시대를 불가역적으로 굳혀나가야 한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 일본의 참여의 기정사실화, ▲부분적 제재해제 조속 관철로 남북관계를 긴밀히 대대적으로 확충, ▲남북 철도, 도로, 가스관, 송유관, 전력망 등 인프라 구축에 전속력으로 매진, ▲트럼프 재선을 확신하는 짐 로저스 등 미국의 자본 투자 유도 등을 통해 트럼프 재집권 실패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었을 경우, 차기 정권에 의한 판깨기가 불가능하도록 불가역적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차기 미국정부의 판깨기 차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중재 기본 방향으로 미국의 빅딜(영변+추가핵기지+ICBM) vs 평화협정과 완전제재해제 수준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으며, 빅딜(영변+추가핵기지+ICBM+WMD)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은 비핵화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이는 남북 간의 군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향후 남북은 ▲조속한 제2의 판문점 단독정상회담으로 남북의 공동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7·27 정전기념일에 판문점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중간수준 합의를 이끌어내고, ▲7·27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국정부의 중재를 넘어서는 적극적 주도자 위상을 확보하며, ▲중국의 참여를 유도, 미국에 대한 견제와 구속력을 높이고, ▲시민·민중사회가 이를 견인하고 압박해야 한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은 한반도에서 탈냉전 평화통일시대 개막을 알리는 원년이었다. 현재 한반도는 2017년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으로, 2018년은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으로 내적인 위로부터의 탈냉전 시대가, 6·12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으로 외적인 탈냉전 시대가, 6·13 지자체선거로 내적인 밑으로부터의 탈냉전 시대가 열림으로써 서로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완결’을 가장 핵심적인 역사적 사명으로 선정함으로써 민족의 분열을 초래하고 국가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70년 동안의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켜야 할 역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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