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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NGO수필] "게미가 있네요?!"

  • 기사입력 2019.04.16 10:45
  • 기자명 김기옥

‘게미’는 기미(氣味)의 사투리다.

호남사람들은 음식이 맛있다는 표현을 "게미가 있다"고 한다. 전라도 음식 중 게미 있는 해산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세 가지만 돌아보자.

▲ 게미있는 해산물들

첫째, 낙지다. 낙지는 무안반도에서 산출되는 갯벌낙지를 제일로 꼽는다. 문어(낙지)과에 속하는 어종으로는 낙지, 주꾸미, 꼴뚜기 등이 있다. 맛으로는 꼴뚜기, 주꾸미, 낙지 순이다. 일본사람들은 꼴뚜기 생것을 좋아해서 1킬로그램에 10 만 엔(100만 원)을 호가한다. 우리나라에선 젓갈로만 먹는다. 주꾸미는 봄철에 상종가를 친다. 산란기에 머리속에 밥알 같은 알이 꽉차 있기 때문이다.

낙지과에선 낙지가 제일 맛이 없다. 그래서 80년대 이전엔 산지에서나 먹었지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왜 제일 비싸졌을까? 호사가들의 말에 의하면 5.18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광주 사태 때 군부정권에 호되게 당한 호남사람들이 분풀이로 살아있는 낙지머리를 씹어 먹는 걸 보고 서울사람들이 따라 먹기 시작해서라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둘째, 홍어다. 가오리과에 가오리, 홍어, 간자미 등이 있는데 흑산도 홍어를 제일로 친다. 이중에서 간자미가 제일 맛이 좋다. 홍어는 삭혀서 날 것으로 먹고, 가오리는 반 건조하여 쪄서 먹어야 하고, 간자미는 탕으로 먹어야 게미가 있다.

서울에 있는 식당에서 홍어찜이라고 내놓는 것은 가오리찜이 대부분이다. 흑산 홍어는 한때 청와대에서 독점하다시피 했던 귀하고 비싼 음식이었다. 지금 시중에서 먹는 홍어는 칠레 등 남미산이다. 전라도 서부지역에선 잔치음식에 홍어삼합이 빠지면 홀대받았다고 서운해 한다.

셋째, 꼬막이다. 꼬막에도 새꼬막, 참꼬막, 비단꼬막 등 세 종류가 있다. 새꼬막은 여름철에 나오는데 날것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비브리오균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참꼬막은 득량만에서 가을철부터 생산 되는 것을 제일로 치는데 지난해부터 산출량이 급감하여 벌교일대에 있는 꼬막정식집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비단꼬막은 전라도지방에선 먹지 않던 것인데 요즘 참꼬막 대용품으로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 김기옥 시인/역사의병아카데미 1기

전라도지방 해산물이 특히 맛있는 것은 광활하고 기름진 갯벌 덕분이다. 그 갯벌(갯땅)은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해 자연스레 객토를 한다. 황사가 갯벌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그 갯벌에서 낙지와 꼬막이 자라고, 겨울바람에 뒤집히는 서남해안에서 흑산 홍어가 잡힌다. 전라도 음식이 독특한 맛과 향취를 내는 것은 이러한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과 채소, 거기에 살림 잘하는 아낙네들의 손맛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어려서 부터 이 맛에 길들여진 혀만이 전라도 음식의 ‘게미’를 가려낸다. 주꾸미볶음을 낙지볶음이라고 먹는 사람들, 가오리무침을 홍어무침이라는 데 속는 사람들, 비단꼬막을 참꼬막이라고 사먹는 사람들에게 전라도 음식의 ‘게미’는 영원한 비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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