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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어”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사에서 5.18 망언과 다른 시각 강력 비판

  • 기사입력 2019.05.19 15:13
  • 기자명 은동기 기자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유신시대와 5공시대의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어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228번 시내버스가 광주에서 운행되고,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광주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렸다.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다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에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유족과 피해자, 정부 인사를 비롯해 여야 정당, 시민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주관으로 열렸다.

▲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에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유족과 피해자, 정부 인사를 비롯해 여야 정당, 시민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주관으로 열렸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약 20분 가량을 할애, 최근의 일부 세력에 의한 5.18 망언 등으로 빚어진 국민적 갈등 재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다소 강력한 톤으로 이미 규정된 역사를 부정하는 일부 정치권과 극우세력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삶으로 증명하고 계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께 각별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내년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면서 그 이유를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광주의 오월에 대한부채의식과 아픔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뿌리가 되었고,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반 역사적, 퇴행적 행태에 대해 현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필요설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과 전남도민들에게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든, 오월의 광주를 일찍 알았든 늦게 알았든 상관없이 광주의 아픔을 함께 겪었으며, 그 부채의식과 아픔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뿌리가 되었고, 광주시민의 외침이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고 강조했다.

광주 정신은 ‘자유이고 ‘민주주의,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어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 청와대

문 대통령은 최근의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망언들을 의식한 듯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가 없고,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광주사태’로 불리던 5.18이 1988년 노태우 정부 당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적으로 규정되었고, 김영삼 정부도 1995년 특별법으로 5.18을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화했으며, 1997년 ‘국가기념일’ 제정에 이어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했고, 광주 학살의 주범들을 사법적으로 단죄했듯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으며,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말하고 “광주로부터 빚진 마음을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갚아야 한다”며 지난해 3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도 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가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되었다면서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 ‘광주형 일자리’라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수소융합에너지 실증센터’ 준공,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추진,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 감염병 대응, 국가안전대진단, 재해 예방 등을 포함한 재난관리평가에서 올해 17개 광역지자체 중 재난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점,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 전국 1위 달성 등 그동안 광주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 성취한 각종 성과를 낱낱이 열거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와 대구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228번 시내버스가 오늘부터 오월의 주요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 옛 도청과 5.18기록관을 운행하며,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면서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고,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광주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린 사실을 상기시키고,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오월은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오월은 희망의 시작, 통합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내에서 이어진 5.18 관련 망언 발언자들에 대한 마무리를 미루며 광주를 찾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광주시민들과 유족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기념식장에 입장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그가 금지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그러나 기념식을 마친 후, 시민들의 비난과 거센 항의를 피해 행사장 옆문을 통해 나와 5‧18 민주묘지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서울에서도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주최로 서울 시청 서울광장에서 5·18 유공자들과 시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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