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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사대주의적 북한 외무성 인사, 민족주의적 인물로 교체해야”

북한 외무성의 ‘통미배남(通美排南)’ 입장, 대미 사대주의적, 반민족적인 태도 지적

  • 기사입력 2019.06.29 07:41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발언은 비핵화 협상 주도권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대남정책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방한을 이틀 앞둔 6월 27일,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권 국장은 이어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최근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미국과한국을 향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권 국장은 또한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북한)와 미국이고,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며,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채널)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남한에 대한 철저한 배제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당혹감과 곤혹스러움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외무성 당국자가 발표한 한국 정부 비난 담화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만 말씀 드리겠다”며 “청와대는 지금까지 밝힌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곤혹스런 입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같은 날 통일부도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남과 북,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 별도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만 답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대화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배은망덕한 행위’”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세종연구소 제공

이 같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는 6월 28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통미배남 입장과 한국의 대응 방향’ 제하의 <세종논평>을 통해 “북한 외무성은 스스로 대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미국에게만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코 주체적인 태도가 아니며 매우 대미 의존적인 입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이처럼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권정근의 ‘통미배남(通美排南)’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미제국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동족인 남한을 외면하고 미국만을 바라보는 북한 외무성의 대미 사대주의적(事大主義的)이고 반민족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내부적으로 비핵화 협상 주도권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대남정책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이 같은 분석의 배경으로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던 작년 2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시,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적극 제안한 것도, 동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도, 그리고 5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입장을 밝혔을 때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 있게 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였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또 작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개최된 제1차 북미고위급회담의 결렬로 북미 관계가 냉각되었을 때 다시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린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었음에도 이제 와서 권 국장이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김정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은 대화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남북 정상은 이미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이 9.19 평양정상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사실을 들어 권 국장이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고 김 위원장의 대외적 약속에 대한 신뢰도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최근 북한 외무성의 이 같은 강성 발언에 대해 자타가 인정하듯 그동안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국정원 및 외교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 간의 역사적 합의 내용을 깡그리 부정하는 듯한 권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식으로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존엄’을 훼손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아스럽고 북한의 의중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 본부장의 이 같은 지적은 남북 간의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9.19남북군사합의가 미국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의 자주적 결단’에 의해 얻어진 성과물이었음에도 북한이 후렴처럼 자주 애용하는 ‘민족적 자주성’을 부정하며 문 대통령의 역할을 부정하고 미국과의 일방적 협상을 강조하는데 대해 북한의 자가당착적 모순을 비판한 것으로 읽혀진다.

정 본부장은 또 이례적으로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이처럼 겉으로는 반미 입장을 보이면서 실제로는 대미 사대주의적이고 반민족적인 입장을 보이는 양봉음위(陽奉陰違: 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 면종복배(面從腹背: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함)하는 인사를 보다 민족주의적이고 대외 실무협상에 적극적인 인물로 교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더해 정 본부장은 “북한 외무성이 나아가야할 길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청와대 및 외교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남한의 협력을 거부하면서 북한 혼자 초강대국 미국과 외로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태도는 얼핏 보기에는 매우 대담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고 대미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이끌어내고 보다 안전하고 번영하는 북한을 만들고 싶다면 대미 사대주의적인 외무성 간부들에게만 비핵화 협상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협상팀에는 외무성뿐만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국제부 간부들도 참여해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과도 긴밀하게 소통,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종전선언’ 등 국내적 합의를 기초로 포괄적, 구체적인 합의 후 진행해야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정 본부장은 “북한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 받으려면 북·미 양측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북․미 합의안 초안’을 국내 전문가들의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해 마련해서 북미 협상의 성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공정표와 합의안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소수의 전문가나 몇몇 관료들의 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므로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넘어서 이 분야의 권위 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해 북·미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국내적 합의를 기초로 미국과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면서 국내적으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미국과도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한 이후 심각한 남남갈등과 한중, 북미, 한미 갈등을 초래한 사실은 북한과의 대화 이전에 국내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 및 소통 그리고 미국과의 합의 선행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데 대해서도 정 본부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 방향이 한․미 간에 우선적으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남북대화가 이루어져야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선순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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