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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해빙의 역사적 사변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번호사)   기사입력  2019/07/18 [22:56]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은 휴일 오후 내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 제안은 비현실적이었다. 한국 방문 기간 중 비무장지대에서 북의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는 트위터 메시지가 뉴스 속보로 떴다. 그때까지 누구도 SNS 번개 정상회담을 상상할 수 없었다. 2분간의 판문점 만남도 괜찮다는 애원의 트위터가 이어지자 북은 5시간 만에 전례없이 신속한 화답을 내놨다. 분단선의 북미정상의 만남이 흥미로운 제안으로 북미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공식제안을 하면 응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세기의 숙적 북미 간 번개 정상회담을 위해 경호, 의전, 취재에 대한 실무조율이 두터운 냉전의 벽을 허물고 삽시간에 이뤄졌다. 상상도 하지 못한 놀라운 일들이 판문점에서 벌어졌다. 파격과 반전의 연속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가진 북미 양국의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적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워싱턴과 평양으로 상대를 초대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전쟁과 적대를 마감할 북미관계의 해빙의 순간이었다.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의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였다.

 

 2분 정도의 만남 제안은 싱가포르나 하노이보다도 길어진 약 48분 동안의 판문점 자유의 집 단독 정상회담으로 발전하였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협상에 돌파구가 열렸다. 워싱턴과 평양에서 다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기약하는, 향후 재개되는 실무협상에서는 밝은 전망을 마련할 수 있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남이었다.

 

 6월 30일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북은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으로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단한 일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오늘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평가임에 틀림없다.

 향후 북미 간 대등한 실무협상은 패권의 쇠퇴를 증명할 것이다. 강경한 접근법은 유연한 접근법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선핵포기의 일방적 요구는 후퇴하고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서 이행을 약속한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건설적 논의가 다뤄지게 된다. 새로운 계산법에 따른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의 과정은 패권주의를 극복하는 세계사적 혁명으로 평가될 것이다.

 

 남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자유롭게 오가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국내외 정세는 탈냉전과 탈분단의 역사적 흐름 속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적과 같은 역사적 현실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시청자로서 관전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탈냉전과 탈분단의 당사자로서 우리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찾아 개입하여야 한다. 전쟁과 적대를 끝장내는 판갈이 싸움에서 우리는 역사의 정방향에 함께 해야 한다. 동족의 편에 합류해야 한다.

 

 우리가 합류할 역사의 정방향은 분단냉전체제의 해체다. 동족과 함께 힘을 모아 실현해 나가야 할 역사적 격변기를 맞아, 패권국과 대등한 협상을 실현한 동족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더는 국가보안법에 겁먹은 찌든 나약한 모습으로 한미동맹을 예찬하며 패권국에 굴종하는 자세로 살 수는 없다. 더는 동족의 희생으로 마련된 해빙의 역사적 현실을 외면하며 거짓과 자기합리화의 궤변에 익숙한 나머지 정상과 비정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분단정신병 환자로 지낼 수는 없다.

 

 굴종과 무기력의 잠에서 깨어나 동족과 한목소리로 외치는 분단냉전체제 해체의 구호가 세계인의 심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어깃장을 놓을 국내외 어둠의 세력들에 당당히 맞서 우리의 힘으로 더욱 더 거대한 역사적 사변을 이뤄내야 한다.

 

<이 글은 인권연대에 게재된 글로 저자의 승락하에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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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8 [22:56]   ⓒ w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