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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김병원, 비원(悲願)이 눈을 감은

  • 기사입력 2019.07.19 10:29
  • 기자명 김병원

비원(悲願)이 눈을 감은
-강흙발례 여인의 슬픈 소원

김병원(1960~)

장산곶 그 언덕에 남편 자식 남겨 두고
월미도 갯벌 속에 흙발로 사신 여인
천륜을 찾던 비원이 눈을 감은 그 전설.

또 하루 해질녘엔 살아서 죄스럽다
수평선 금을 긋고 남남이 된 하늘 바다
황혼이 저무는 날엔 한 몸 되어 울자는데.

생이별 그 아픔은 밀물로 출렁이고
이 저승 넘나들던 무질 속 몸부림은
그렇게 한 줌 재로나 자유롭고 싶었다.

고향땅 밟는 꿈에 이별도 잔정 같은
이산가족 울다 지친 그믐날의 달꼬리를
여기서 머물게 하자 이쯤 틔울 통일이여.

이오장 시인의 시해설/사람은 개인적인 슬픔에 더 민감하지만 타인의 슬픔에도 함께 눈물 흘리고 측은지심을 가진다. 더구나 전쟁으로 일어난 슬픔은 더 많은 슬픔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전쟁 범위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나라가 동강나고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학살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불과 70년 전이다. 그런데 너무나 긴 세월을 슬픔에 겨워 몸서리친다. 여기 한 여인의 비극이 꺼지지 않는 장작불로 온 국민을 울리는 이유도 몸은 잊어버려도 정신적으로 그대로 남아 사람의 심금을 조절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병원 시인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민족의 슬픔을 전부 안고 사는 바닷가의 여인을 보았다. ‘또 하루 해질녘엔 살아서 죄스럽다’ ‘수평선 금을 긋고 남남이 된 하늘 바다’ ‘황혼이 저무는 날엔 한 몸 되어 울자는데’ 이처럼 얼마의 깊이로 생이별의 고통을 겪었으면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이 되어 몸부림치는가. 이승인지 저승인지를 모른 채 떠도는 정신은 차라리 한 줌 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염원으로 남아 온 국민을 울린다. 시인이 바라본 한순간이 몸소 겪지 않은 민족의 한을 일깨워 통일의 소원이 얼마나 간절한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장시조가 우리가 꿈에서도 바라는 통일의 길을 찾게 해주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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