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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임보, 꽃에게

  • 기사입력 2019.08.09 13:00
  • 기자명 임보

꽃에게

임보(1940~)

늦게 핀 꽃이
더 귀하고 곱다
그대여,
아직 늦지 않았다

이오장 시인의 시해설/일본의 하이꾸시는 한 줄도 길다고 시의 함축과 절제를 강조한다. 한마디 말로?느낌과 감동을 전하고 공감 할 수 있다면 굳이 시를 길게 쓸 필요는 없다. 시의 목적은 자신의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여 함께 공유하는데 있다. 그 목적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한마디로 이뤄낸다면 길게 쓰는 시는 오히려 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은 할 말이 많다. 요약하여 전달하는 게 익숙하지 못하면 짧게 쓰는 것이 불안하다. 그래서 말을 줄이지 못하고 자꾸 설명하게 되고 설명을 넘어 가르치려고 한다. 요즘에 와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단어를 동원하고 해체하는 것도 모자라 이미지를 앞뒤로 배치하여 읽는 이를 고문하고 외면하게도 한다. 임보 시인은 50년 넘게 시작 활동을 해오며 여러 분류의 시를 실험하고 교단에서 후진을 가르친 원로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의 업적이 상당하여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인이다. 그런 시인이 이제는 짧은 시로 독자들을 기쁘게 한다. 자연은 변하지 않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은 일정하게 주어진 삶이 있을 뿐이다. 젊었을 때 아름다움을 찾아 방황하고 욕망을 채우려고 경쟁과 투쟁을 해오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런 과정을 거쳤어도 언제나 모자람이 많았으나 이제는 보인다. 기다리다가 마지막 힘을 다하여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그렇다. 더 아름답게, 더 크고 화려하게 핀 꽃을 찾았지만 노년에 이르러 인생이 찾는 진실한 꽃을 본 것이다. 짧은 몇 마디에 생의 결과를 함축시킨 시인의 여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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