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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이구재, 바람에게

  • 기사입력 2019.08.26 09:43
  • 기자명 이구재

바람에게

이구재 (1943년~)

노란 꽃에 안기면
노란색이 되고
보리밭에 앉으면
초록이 되어

가 닿고 싶은 곳에 안기어도
오래 머물지 말기
떠날 땐 투명하게

아무도 닮지 마라
흔적도 남기지 마라

온 천지 떠돌아도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조용한 바람이거라

이오장 시인의 시해설/무위자연(無爲自然)은 학식이 높은 학자가 선망하는 것도, 염세주의자가 선망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탄생하여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인지주의에서 발현한 학습이론이다. 노자는 자연과 인간의 합일 다시 말하여 우주와 인간과의 상호작용. 시간의 주기적 성격과 우주의 리듬 복귀의 법칙을 연구하며 지극히 혼란한 인간사회의 근본을 해결하려 한 고대의 선지자로 도가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불멸한 도가 아니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변하지 않는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은 그냥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사람인 이상 물질에 대한 욕망과 아픔. 슬픔. 공포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반응하고 이를 이기거나 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벗어나 모든 것에 통달한다면 인간이 아닌 신이다. 하루를 살아도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보면 이구재 시인은 주위의 모든 것에 동화되고 아무런 자국을 남기지 않는 무위자연을 이뤘으니 신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가 닿고 싶은 곳에 닿아도 머물지 않고 투명하게 아무것도 닮지 않으면서도 흔적도 없이 조용한 바람이 되는 삶, 이것이 시인이 추구하는 삶이지만 결코 이룰 수는 없는 신의 경지다. 비록 이것이 이상향에 머무는 일이지만 한 편의 시로 만인에게 고한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인간이 가져야 할 진정한 삶의 방향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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