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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사태, 감독부재·도덕적해이가 빚은 예고된 참사

  • 기사입력 2019.08.26 09:42
  • 기자명 발행인

해외금리에 연동되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평가손실 문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은행 담당자 말을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DLS는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이고, DLF는 DLS를 자산으로 굴리는 펀드를 말한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DLS를 판매한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파생상품은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의 장기 국채금리 변동을 바탕으로 금리가 일정 범위를 유지하면 이익을 얻는 옵션상품이다. 옵션이란 사전에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상품이나 유가증권 등의 특정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하나은행이 판매했다가 원금손실로 문제가 된 이번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은 상품의 기초자산이나 손익구조는 저마다 다르지만 옵션 매도 상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금리 연계 파생결합 상품의 잔액은 8천 2백여 억 원에 이르고, 이들 펀드의 평균 평가손실률은 56%에서 95%에 이른다고 한다.

두 은행은 고객들에게 “주요국 국채에 투자하는 안전성 높은 상품으로 연 4~5%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상품은 국채가 아니라 국채금리 변동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금리가 일정 범위 밑으로 떨어지면 사실상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원칙적으로 파생상품 투자는 투자자들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경우 시중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연동 파생상품에 가입했다 우량기업들이 3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줄도산했던 KIKO 사태와 닮은 꼴이다. DLF가 국채 금리변동에 기초한 것이고, KIKO는 환율 변동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 수익률 상단은 정해져 있지만, 손실률은 무한정이라는 것도 똑같다. KIKO 사태 이후에도 많은 금융기관이 도박이나 다름없는 옵션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판매했지만, 금융당국이 사태를 방치해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파생결합상품처럼 시중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높은 수익률만큼 높은 위험성이 상품에 내재하고 있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제1금융권이 안전하다는 믿음 속에 은행 말만 듣고 돈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은 상품 가입 당시 동의서를 모두 받았기에 불완전판매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상품을 팔면서 손실가능성을 고객들에 제대로 알렸는지는 의문이다. 또 설명을 했더라도 손실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수익만 부풀렸다면 이는 명백한 불완전판매다. 금융 당국은 이제라도 고 위험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규제를 강화하고 명백한 사태 규명을 통해 엄정하게 책임 소재를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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