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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취임 이틀 만에 청년단체와 비공개 대담 "청년달래기"

청년들 “특권·반칙에 박탈감 ”앞으로 행보를 봐야 할 것 같다"

  • 기사입력 2019.09.11 19:59
  • 기자명 김하늘 기자

분노 밑바탕에는 ‘조국 사태’로 다시 드러난 ‘기회의 불평등’이 깔려 있다. 부모에 따라 달라지는 출발선, 노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와 박탈감이 분노의 핵심이다.

청년 노동자 공동체 ‘청년전태일’은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조 장관을 만났다. 청년 10명이 차별의 경험과 박탈감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특권과 불평등을 몰아내고, 청년들이 딛고 설 수 있는 ‘공정한 사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건설노동자 서원도씨(32)는 “부모는 너무 가난했고, 혼자 대학에 가보려 했지만 힘에 부쳤다”며 “밥벌이를 한다는 점에 만족하고 살았는데 (조 장관 관련 의혹에) 이상하게 서글픈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서씨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는 없지만, 특권과 반칙만큼은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특성화고 졸업생 ㄱ씨(20)는 고졸 차별을 겪고 퇴사한 경험을 털어놨다. ㄱ씨는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사회에서 저는 고졸이었다”며 “반짝반짝 빛난다는 스무 살.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계급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은 본인을 흙수저 청년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네 식구가 월세 단칸방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보증금 1000만원·월세 30만원인 집, 발 뻗으면 꽉 차는 방에서 지냈다. 이씨는 “ ‘제 부모님이 장관님 같은 사회적 지위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를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치고, 대학도 달라졌을 것 같다. 고시원에 사는 삶도, 결핵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노력이 아닌 사회구조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걸 느꼈다”며 “실질적 공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청년 전태일 회원들은 조 장관이 후보자였던 지난달 31일 ‘조국 후보자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를 주제로 공개 대담회를 제안했다. 당시 조 후보자가 불참해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임명 하루 뒤인 지난 10일 ‘청년전태일’에 먼저 대담을 요청해 이날 이같은 만남이 이뤄졌다.

조 장관은 대담회에서 “저희 가족은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며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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