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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2위 조선업체 합병, "선가 인상 외 효율성 증대 효과 없어"

민변·참여연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의견서」제출

  • 기사입력 2019.10.08 13:02
  • 기자명 은동기 기자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한국조선해양(舊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공정거래법 상 예외사유인 경쟁제한 완화의 폐해보다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이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 민변

이와 관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의 기업결합 허용 여부, 기업결합 시 발생 예상되는 효율성 증대 효과와 폐해의 정도,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불가능성 여부 등을 검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에 관한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두 거대 조선기업의 합병(기업결합)은 공정거래법 상 예외사유인 경쟁제한 완화의 폐해보다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 할 수 있는 이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기업결합으로 인해 조선 기자재·하청회사 및 그 노동자들의 해당 회사에 대한 종속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도급법 위반 불공정거래행위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단체는 이어 공정위가 ▲생산능력 유지,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안정, ▲하도급거래 공정화, ▲조건 이행상황 보고 등의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승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분석한 의견서에 의하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주요 사업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관련 상품시장 수주 잔량 합계 점유율은 2018년 말 기준 국내 조선소의 79.1%를 차지했고, 전세계 기준으로는 2019년 5월 전체 선박의 21.8%, 20만DWT 이상 초대형유조선(ULCC/VLCC)의 57.3%, 4만CBM 이상 액화석유가스(LNG) 운반선의 61.5%을 수주하고 있으며, 2017년 말 기준 두 회사가 국내 군함 및 잠수함 매출의 79.5%를 차지하는 등 기업결합 시, 모든 관련 시장에서 국내 2위 조선소들과의 점유율 격차가 25% 이상에 이르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전세계 1, 2위 조선·해양플랜트 업체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국외 경쟁의 증가나 및 신규 회사 진입 가능성이 낮고, 유사품과 인접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을 완화할 요인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단체들은 의견서에서 구매자와 공급자 간 경제력 격차로 인해 하도급법 위반 행위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렇게 경쟁이 제한될 경우, 합병회사는 강화된 시장지배력으로 조선기자재·하도급 용역 등을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대다수 기자재 공급 및 하도급 회사들이 사실상 합병회사에 완전히 종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공정거래법 상 예외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또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자산 3조 8,402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고, 당기순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으며, 1조 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등 꼭 합병을 해야만 경영을 지속 할 수 있는 회생 불가능 회사가 아니라며 오히려 시장 효율을 증가시키기보다 선박 건조시장에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이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대중공업  전경   ©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부득이한 기업결합 시, 생산능력 유지, 고용안정, 하도급거래 공정화 등 조건 부과해야

민변과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이러한 제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이 기업결합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도크 폐쇄 등의 방법으로 조선·해양플랜트 생산설비를 감축하지 말 것, ▲한국조선해양의 본점 소재지를 울산광역시로 이전하고 현대중공업의 생산·설계·연구 시설을 울산광역시에 유지할 것, ▲이후 7년 간 고용의 경우, 한국조선해양 및 자회사의 2018년 말 총 고용인원을 하회하지 말 것, ▲합병회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 것, ▲그간  한국조선해양 및 그 자회사들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처분 건에 대해 피해회사에 대한 충분한 배상 및 하도급 거래를 원상으로 회복할 것, ▲향후 기업결합에 따른 부과 조건 이행상황 보고 등의 조건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두 단체의 의견서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는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술력 및 규모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단순히 산업은행 품 안의 대우조선해양을 민간에 매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해도, 이 기업결합이 불러올 전세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쟁 저하 가능성으로 인해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혹여나 해외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생산능력 감축 등을 섣불리 약속한다면, 해당 회사 및 이에 기자재 납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하청회사들의 고용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정위는 이러한 제반요인들을 고려하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은 그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면서도 지난 5월 31일 양사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킨데 이어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한 후, 지난 9월 4일,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선업계 경쟁 당사국인 일본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에 대해 신고를 향한 상담수속을 개시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일본, 싱가포르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EU와는 사전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하 “기업결합”)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전세계 1, 2위 선박·해양플랜트 건조 업체 간 합병이므로 기업결합 허용 시 국내외 조선·해양플랜트 발주자, 조선 기자재·하청회사, 해당 회사 및 관련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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