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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詩마당> 곳간 열고
 
이오장 시인 기사입력  2019/10/22 [11:15]

    

▲ 이오장 시인

                                             

                                                            곳간 열고

                                                                                      김환석 (1953~ )

   

내 곳간을

이미 열어 놓았다는 걸 알았는지

 

쭉정이 언어의 밀알을 훔쳐가는 쥐들이

언제나 들락거리고 있다

 

아침에도 들락거리고

저녁이고 밤에도

어제, 오늘도 들락거리고 있다

 

바스락 우당탕거리는 쥐

 

샅샅이 뒤져서 가져가는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밑바닥 긁는 소리가 자꾸 난다

 

무슨 살림살이가 이 모양이냐고

왜 없느냐고 비아냥거리며  

사나운 눈빛이 나를 옥죄고 있다

 

내일부터   

고양이와 개를 키워야 될성싶다

      

  

사람은 긴장이 풀리면 기억의 문이 닫혀 치매로 치닫는다. 생리적으로 외부와 내면의 세계를 통하는 문이 닫히는 것이다.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사람의 행동은 과거와 현재를 분간하는 길이 살아져 말과 행동에 아무런 의미를 갖추지 못하여 그때부터는 짐승에 가까운 무의식의 행동만 남는다.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은 긴장의 연속성을 갖추는 것이고 긴장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한 걸음을 걷게 된다. 그런 사람 중에 시인이라는 존재는 더 크고 더 높은 긴장의 문을 갖춰 언어를 조탁하여 시를 쓴다. 시인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물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언어의 감성을 독자에게 퍼트리는 존재다. 김환석 시인은 늦깎이로 등단하여 첫 시집을 상재하는 순간부터 솔직하게 고백한다. 언어의 곳간을 열어놓고 사물과의 대화를 시도한 무모함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언어를 조탁하기 위하여 긴장의 끈을 꼭 쥐었지만 긴장 속에서 얻은 새로운 언어를 자꾸 잊어버려야 하는 모순, 낮과 밤의 구별에서 얻은 변화의 이미지와 새롭게 발견한 사물 너머의 사물을 기억 속에 저장하고도 자꾸 잊어야 하는 어리석음을 새앙쥐가 곳간을 드나들며 곡식을 빼가는 상황으로 설정, 시인이면 누구나 가진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기억창고를 지켜야 할 긴장을 풀어버리고 시를 쓴다고 나선 것을 자학하고 있다. 은유와 환유를 겸비하여 시인이라면 빼놓지 않고 고민하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시인의심성이 너무 솔직하게 나타난 작품이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무게가 느껴지는 것은 고양이와 개를 키워서라도 언어의 조탁을 위한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첫 시집부터 순수한 감성을 감추지 않은 김환석 시인만의 언어를 기대해 본다.

                                                                                                                                                                       -이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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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2 [11:15]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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