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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정.서민 아들 '수능 만점' 신화…한영외고 최준영 군

"동양사·중국어 관심에 외고 선택…경제학 전공 학자 되는 게 꿈"

  • 기사입력 2019.12.04 16:56
  • 기자명 조민호 기자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자녀의 명문대 입학 배경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져있는 가운데,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을 받아 화제다.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6과목 만점을 받은 한영외고 최준영 군(18)이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인터뷰하기 전 자신의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지하철역에서 근무하고 어머니가 회사원인 서민 가정에서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닌 3학년 최준영(18) 군이 그 주인공이다. 최 군은 4일 발표된 올해 수능 만점자 15명 가운데 한 명이다.

최 군은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채점 결과로 만점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침에 성적표를 받고서야 안도했다.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군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에 긴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서울교통공사 소속으로 서울 한 지하철역의 부역장으로 근무하고 어머니도 보험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맞벌이 가정이다.

최 군은 엘리트 학생들이 모인다는 이 학교에서 3학년 216명 가운데 10위권을 유지하다가 이번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3년간 어떻게 공부했나'는 질문에 "집 근처 종합 학원에 다닌 것 말고는 다른 학원에는 가지 않았고 개인 과외도 받는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유명 학원이 모여있는 강남 대치동 학원에는 가본 적도 없다고 했다.

최 군은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들어도 딴생각하면 돈을 땅바닥에 버리는 것"이라면서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 것이고 혼자 문제집을 풀어도 집중하면 그게 다 자기 것이 된다"라고 특별할 게 없는 '공부 비결'을 소개했다.

넉넉하지는 않은 집안 형편이지만 부모님은 문제집이 필요하다면 사게 해주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독서실 정기권을 끊어주는 식으로 지원해줬다고 한다.

집에서 언제나 책 읽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따라 읽고,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일로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 군은 순수 국내파 출신으로 유학파가 즐비한 외고에 다니면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눈에 띈다."처음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친구들이 영어를 진짜 잘하더라"며 "스스로 위축된다는 생각을 않고 좀 더 하면 잘할 수 있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귀띔했다.

그렇지만 그는 "갈수록 대입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수능 준비에) 돈이 많이 들고 힘들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최 군이 다니는 한영외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사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부도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2025년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최 군은 "자사고는 모르지만, 외국어고는 취지에 맞게 학생은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도 열성적으로 잘 지도해주시는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 특히 동양사에 관심이 많아 중국어 실력도 늘리고자 외고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년간 수능 공부를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중국 동북공정 문제 등에 관해서 소논문을 쓰는 등 역사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동양 역사에 관해 우리말 자료는 찾기 어려워 꾸준히 중국어 독해 실력을 키워서 이제 중국어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됐다"고도 말했다.

최 군의 3학년 담임인 최규동 교사는 "원서를 보는 것은 전공자도 어렵고, 열의가 없으면 힘든데 고등학생이 이런 자료를 참고해서 심화 주제로 논문을 쓸 정도로 뛰어나며 관심도 상당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최 군은 대입 정시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역사는 돈이 움직인다는 것이다"라면서 "경제사를 알아야 역사를 바로 알 수 있고 경제사를 알려면 경제학을 알아야 하겠기에 경제학과를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군은 "장래 역사 관련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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