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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인권침해 개인제재 추진…"힘의 언어 쓰겠다"

유럽판 '마그니츠키 인권책입법'…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미온적

  • 기사입력 2019.12.10 15:01
  • 기자명 김하늘 기자
▲  호세프 보렐 신임 EU 외교·안보대표

유럽연합(EU)이 미국처럼 인권을 침해하는 개개인을 제재하는 법안 마련에 한 발짝 다가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EU 외무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회동, 인권 침해에 연루된 정부 관리나 개인들을 제재하는 미국의 인권법인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과 비슷한 법안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 러시아 정부 고위관리들의 부패를 폭로한 뒤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인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따 미국이 2012년 도입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은 인권을 유린한 개인과 단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호세프 보렐 신임 EU 외교·안보대표는 이날 역내 외교장관 회담이 종료된 뒤 "상당수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EU 차원의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제재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놓고 일부 회원국이 의구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 의제에 대한 (회원국 사이의) 굳건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헝가리 등 일부 EU 국가는 EU 차원의 이 같은 인권 법안이 자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개별 인사들을 겨냥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중국 등과 가까운 이탈리아와 그리스, 키프로스도 법안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렐 대표는 그러나 "이런 수단을 마련함으로써 우리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더 큰 힘과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동에 앞서서는 작금의 세계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하며 "EU는 우리의 이익과 가치의 언어를 집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더 평화롭고, 번영하며, 정의로운 세계에 기여하기 위해 '강력한 언어'(language of power)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역설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EU는 인권 행사에 있어 진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인권 위반 시 EU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러시아 금융가로 반(反) 푸틴활동가인 빌 브라우더는 EU의 이 같은 움직임을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인권 위반자가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유럽에도 여행할 수 없다면, 이는 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EU판 마그니츠키 인권법이 최종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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