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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불온 시민단체' 후원 임직원 사찰은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

참여연대,"삼성은 불법적 개인정보 사찰, 구시대적 노사관 및 제왕적 자세 드러내"

  • 기사입력 2019.12.28 10:09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의료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분류, 시민단체들에 대한 계열사 임직원들의 후원 내용을 파악해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7일 논평을 통해 재벌대기업이자 사용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인 일반 국민의 사생활과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자 한 삼성그룹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미래전략실 주도로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뒤, 삼성 측이 규정한 일부 ‘불온’ 시민단체에 후원한 임직원을 특별 관리하는 등 불법사찰해온 사실이 ‘삼성그룹 노조 파괴 사건’ 수사 및 판결로 드러났다.

25일자 한겨례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삼성 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연말정산 때 제출하는 ‘기부금 공제 내역’을 통해 임직원들의 ‘불온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와해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이 노동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직원들의 개인정보까지 불법적으로 들여다본 것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2013년 쯤 삼성은 미전실 주도로 불온단체를 후원한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 등 20여개 계열사 임직원 386명의 명단을 정리해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 내역 결과’ 등의 문건을 만들고, 불온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동의 없이, 이들의 연말정산 자료를 무단 열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환경운동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통합진보당 등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와 정당 11곳을 불온단체로 선정, 관리해 왔으며 이 가운데는 ‘6월 민주항쟁’의 성지인 향린교회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은 보수 시민단체 중 하나인 ‘사이버정화시민연대’가 2010년 10월 발표한 이른바 ‘반국가 친북좌파 69곳’의 목록을 참고해 불온단체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에 사죄하고, 그룹 차원의 반인권적·반민주적 의식 개선 약속해야

참여연대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삼성그룹의 이러한 과오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뿐만 아니라 삼성 스스로의 입을 통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며, 그 책임을 명명백백히 따져 묻는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이 함께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어 삼성그룹이 일부 시민단체에 ‘불온하다’는 딱지를 붙인 행태는 소위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그룹의 노사관계에 대한 구시대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삼성에버랜드 노조 파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을 인용하며, ‘삼성그룹은 노동자를 먹고사는 것에만 만족하는 노예처럼 보았던 19세기 산업혁명기의 자본가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질책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이 판결 직후,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으나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승계작업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연루 뇌물 범죄, ▲불공정한 (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뒷받침하기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이를 은닉하기 위한 각종 범죄 행위에 비추어 볼 때,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을 위해 삼성그룹이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또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삼성 비자금 사태 이후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4.5조 원대 불법 차명자금에 대한 사회 환원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임직원 불법사찰 실태를 삼성 스스로 철저하게 규명할 것,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직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통제 금지 및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 ▲삼성그룹이 ‘불온단체’라고 딱지 붙인 시민단체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그룹 차원에서 반인권적·반민주적 의식을 개선해나갈 것을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되,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견표명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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